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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리터러시(Meat Literacy)와 소비자 미트 큐레이션 시대 / 김태경 박사

 

■ 소비자의 고기 선택, 갈수록 다양해지다.

요즘 마트 정육 코너나 식당을 둘러보면 예전과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예전에는 그저 삼겹살이나 등심처럼 익숙한 부위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입하는 일이 많았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이 직접 자신만의 기준으로 고기를 고르는 모습이 보인다. 누군가는 “이 집 목살은 쫄깃한 항정살 맛이 나네”라고 말하고, 다른 이는 “이베리코 목살이라니 고소함이 다르군”하며 새로운 맛을 찾아 나선다. 이렇게 사회 전반이 다원화되면서 소비자의 고기 취향과 선택지도 덩달아 다양해지고 있다. 이 변화의 핵심에는 바로 고기에 대한 정보이해력, 이른바 ‘미트리터러시(Meat Literacy)’의 향상이 자리하고 있다.

 

고기에 대해 잘 아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고기의 종류와 부위, 산지와 사육 방식까지 고려하여 선택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과거 같았으면 쉽게 지나쳤을 요소들이 이제는 구매 결정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이를 반영하듯 “한우 한 마리에서 100가지 맛이 난다”고 하여 옛 선조들이 소를 120여개 부위로 세밀하게 나눠 먹었다는 일화도 재조명되고 있다. 실제로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영국과 프랑스가 소를 35개 부위, 아프리카 일부 부족이 51개, 한국인은 무려 120개 부위로 나눠 먹는다며 감탄했을 정도이다. 그만큼 예부터 우리 식문화에서는 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구분하고 즐기는 섬세한 미식 전통이 있었고, 오늘날 이러한 전통이 한층 세련된 소비자 취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미트마케터’에서 ‘미트 큐레이터’로의 변화

예전에는 고기에 관한 정보와 마케팅이 주로 생산자나 기업의 몫이었다. 한 방향으로 전달되는 광고나 캠페인을 통해 “이 고기가 몸에 좋다”, “저 부위가 최고급이다” 식의 메시지를 소비자가 받아들이곤 했다. 한때 기업의 미트마케터들은 회사 차원에서 자사고기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하면서 이러한 공식은 크게 달라졌다. 이는 고기를 소개하고 트렌드를 만드는 주도권이 점점 소비자 쪽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미트 큐레이션’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미트 큐레이션이란 소비자가 마치 큐레이터처럼 다양한 고기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고기를 선별해 주변에 알리는 현상을 말한다.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만 보더라도 유명 정육 유튜버가 마트 고기 코너를 돌며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소고기 고르는 법”을 알려주고,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특정 브랜드의 고기를 홍보하기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성비 좋은 제품이나 맛있는 부위를 찾아 추천해주곤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비자는 더 이상 수동적인 정보 수신자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고기 정보를 해석하고 공유하는 주체로 부상했다. 

 

우리나라에 아직 4만개에 달하는 정육점이 존재하는 이유도 소비자가 각자 기호에 맞춰 맞춤형으로 고기를 구매하기 때문이다. 마치 카페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게 커피를 주문하듯이, 고기를 살 때도 지방 함량부터 숙성 여부, 두께까지 취향을 반영해 ‘옵션’을 지정하고 모르는 부분은 정육점 직원에게 묻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소비자가 주도권을 쥐고 고기를 고르는 시대가 되면서, 기업들도 예전처럼 한 방향 홍보만 해서는 통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오히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정보를 제공하고 소통하는 마케팅이 요구되고 있다. ‘미트마케터’가 일방적으로 상품을 알리던 시대에서 소비자가 스스로 큐레이션 하는 시대의 도래, 이것이 지금 고기산업에서 벌어지는 큰 변화이다.

 

 

■ 높아진 미트리터러시, 현명한 소비의 무기

미트리터러시, 다시 말하면 고기 정보이해력이 높아진 소비자는 어떤 변화를 끌어낼까? 쉽게 말해 공부가 된 소비자는 더 이상 아무 고기나 사지 않는다. 고기의 품종, 품질과 등급, 사육 방식, 영양 정보는 물론이고 윤리적 가치까지 따져보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예컨대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돼지고기를 찾는 소비자나 풀만 먹고 자란 글라스 패드 소고기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건 정보이해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탄소발자국이나 환경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하며 고기를 선택하기도 한다.

 

실제 업계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와 동물복지, 윤리적 소비와 같은 화두가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우리가 더 이상 육식을 옛 방식대로 지속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며, 고기를 둘러싼 사회적 상식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발생한 비계 많은 삼겹살 논란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 마트에서 포장 판매한 돼지고기에서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 부위를 아래쪽에 깔고 위에는 살코기 위주로 보이게 판매한 일이 알려져 소비자 불만이 폭주한 적이 있다. 예전 같으면 “고기가 다 거기서 거기”라며 넘겼을지 모를 이 일을 두고, 요즘 소비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받지 못했다”면서 적극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정부와 업계가 나서서 삼겹살의 지방층 두께나 함량에 대한 기준을 논의하기까지 이르렀다. 한 식육 전문가에 따르면, 이 논란은 고기를 대하는 세대별 인식 차이와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그저 “고기가 식탁에 올라온다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만족했던 세대가 있었다면, 이제는 품질과 성분까지 꼼꼼히 따지는 세대가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고기에 대한 정보이해력이 높아진 만큼, 소비자는 합리적인 판단 기준을 갖게 되었고 이는 곧 더 나은 소비 선택으로 이어진다. 

 

한편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식육(食育)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고기 정보이해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일본의 초등학교 급식 시간에는 “오늘 급식에 나온 돼지고기가 어느 농장에서 왔는지”를 가르쳐주고,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전체 과정을 이해시키는 교육을 한다고 한다. 단순히 “고기는 몸에 좋다/나쁘다”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음식 생태계 전반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식육 교육에서 착안한 미트리터러시 개념은 국내 육류 업계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소비자가 제대로 알고 먹을 때 비로소 산업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를 가진 소비자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어 생산자들도 품질 향상과 투명한 정보 공개에 힘쓰게 되고, 이는 시장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 돼지고기, 특수부위부터 프리미엄까지 풍성해진 선택

우리 식탁에서 돼지고기는 가장 친숙한 단백질원 중 하나지만, 동시에 최근 들어 가장 다채로운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고기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돼지고기 하면 삼겹살, 목살 정도가 주류였지만 이제는 말 그대로 돼지의 코부터 꼬리까지 안 먹는 부위가 없을 정도이다. 돼지 특수부위 열풍이 그 예이다. 항정살, 갈매기살, 가브리살 같은 부위는 이제 일반 소비자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되었다. 심지어 볼살, 덜미살, 오소리감투처럼 예전에는 도축업계 종사자나 알 법한 부위들까지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돼지 부위별 맛 차이를 예민하게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특수부위를 취급하는 식당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는 업계의 말처럼, 돼지 특수부위의 세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한데 묶여 목살 정도로 판매되던 부위를 세분화해 새로운 이름을 붙여 알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가령 최근 유명해진 '덜미살'은 예전에는 목살에 포함되었지만, 지금은 독자적인 이름과 맛으로 알려진 사례이다.

 

또한 돼지고기 소비 트렌드는 해외 품종과의 만남으로도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것이 스페인산 흑돼지 이베리코 열풍이었다. 몇 년 전 국내에서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큰 인기를 끌면서, 외식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국산 삼겹살·목살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맛은 뛰어난 프리미엄 돼지고기”로 호평받았다. 이베리코 특유의 진한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 덕분에 수입 돼지고기가 한우 못지않은 대접을 받는 이색적인 장면까지 연출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경험은 국내 돼지고기 소비자들의 안목을 더욱 높여 놓았다. 이제는 마트나 정육점에서도 “이건 두록(Duroc) 종이라서 지방이 맛있어요”, 혹은 “버크셔K처럼 품종개량 된 국내산입니다”라는 설명을 곧잘 접할 수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베리코 목살은 기름지고, 국산 한돈 목살은 담백하다”는 식의 품종별 특징을 논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그만큼 돼지고기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졌고, 이는 다양한 브랜드와 생산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예를 들어 한돈자조금에서는 지역별로 특색 있는 돼지고기 브랜드(제주흑돼지 등)를 육성하고 홍보하여, 취향에 따라 돼지고기를 골라 먹는 문화를 지원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소비자가 돼지고기의 다양한 부위와 다른 원산지, 맛까지 즐기게 되면서 코끝부터 꼬리까지 버릴 것 없는 고기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돼지는 “아낌없이 주는 동물”이라는 말처럼 살코기뿐 아니라 내장, 껍데기까지 음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최근 미식 트렌드는 이러한 전이용 개념과도 닿아 있다. 고기만 먹고 나머지는 버리는 것이 아니라, 코 창자 볶음에서 껍데기 숯불구이까지 활용하면서 “한 마리 돼지의 모든 것을 맛본다”는 식의 경험을 중시하는 분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정육식당 세트 메뉴에는 머리부터 내장까지 7~8가지 부위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고기를 남김없이 먹는 지속 가능한 식문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소비자들의 미트리터러시 향상이 돼지고기 소비 판도를 풍성하게 바꾸고 있는 모습이다.

 

■ 소고기, 프리미엄 한우에서 새로운 미식 경험으로

소고기 분야에서도 소비자의 고기 정보이해력 향상은 뚜렷한 변화를 가져왔다. 예전에는 소고기 하면 으레 한우 대 외국산 정도의 구분이나 구이용 갈비살이나 국거리용 양지 같은 용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컸다. 그러나 이제는 한우 내부에서도 등급과 숙성 방식, 지역 브랜드에 따라 소비자 선택이 나뉜다. 최고급 한우를 뜻하는 투플러스(++ Grade) 등급은 이제 상식이 되었고, 마트에서도 “투뿔 한우”라는 표기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한우 1+등급과 1등급의 마블링 차이를 알아보고, 심지어 도축일자나 숙성일수를 확인해 신선도와 풍미를 가늠하기도 한다. 이는 한우 유통 과정에서 QR코드나 이력제를 통해 소의 출생지와 사육농장 정보까지 투명하게 공개되는 시스템과 맞물려,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고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게 한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지역별 한우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졌다. 이를테면 횡성한우, 장흥한우, 예산한우 등 각 지방자치단체나 조합에서 키운 한우들이 자체 브랜드화되어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역시 한우는 횡성한우가 맛있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역 브랜드 한우는 품질의 보증처럼 여겨지곤 한다. 실제로 횡성한우는 각종 브랜드 평가에서 전국 1위로 꼽히며 명성을 얻고 있고, 이러한 브랜드 고기에 대한 신뢰는 소비자들이 기꺼이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는 동인이 된다. 이는 곧 생산자들에게도 차별화 전략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고급 사료 급여, 스트레스 없는 사육, 숙성 기술 등으로 부가가치를 높인 프리미엄 한우를 내세우는 곳이 늘고 있으며, 소비자도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한편 소고기 소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부분은 새로운 부위와 조리법의 대중화이다. 예전에는 구이용이면 등심·채끝, 국거리면 양지 정도로 구분하던 것이 이제는 토마호크 스테이크나 티본스테이크 같은 서양식 커팅의 고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고깃집에 가도 갈비 본대로 썬 두꺼운 꽃갈비살, 불에 살짝 구워 육즙을 즐기는 살치살 등 특색 있는 부위를 권해주곤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소고기 부위를 가장 세밀하게 나눠 먹는 나라로 유명하다. 심지어 “한민족은 소 한 마리에서 120가지 부위를 구분하여 각기 맛을 음미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이는 다양한 부위를 각기 알맞게 요리하여 즐겨온 우리의 미식 전통을 보여주며,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전통이 색다른 맛에 도전하는 소비자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간 드라이에이징(건식 숙성) 열풍으로 숙성시킨 스테이크용 한우가 인기를 끌었는데, 처음에는 생소하던 이 개념도 이제는 “숙성 한우는 감칠맛이 깊다”는 사실을 많은 소비자가 알게 되었다.

 

또 다른 예로 고급 레스토랑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수비드 조리나 스테이크 굽기를 통해 한우 본연의 풍미를 즐기려는 분들이 늘었다.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활발해서, “1++등급 안심을 3주 숙성해 구워 먹어보니 최고였다” 같은 후기가 퍼지면 해당 부위가 품귀 현상을 빚기도 한다. 이처럼 고기 정보이해력이 높은 소비자는 한우의 미식 범위를 한층 넓혀놓았다. 단순히 “비싸니 맛있겠지”가 아니라, 각각의 부위가 가진 식감과 풍미의 다양성을 즐길 줄 아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더 나아가 일부 소비층은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여 적게 먹더라도 좋은 고기를 선택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예컨대 예전보다 육식량을 줄이되 먹을 때는 한우나 질 좋은 소고기를 적당량 즐기는 이들도 있다. 이것 역시 정보를 충분히 가진 소비자가 자신의 가치관에 맞게 선택하는 하나의 방식이라 볼 수 있다.

 

■ 정보가 힘이다. 미트 큐레이션이 가져온 변화

이제 소비자가 주도하는 미트 큐레이션 문화는 우리 사회 전반의 고기 소비 패턴을 바꾸어놓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투명성과 신뢰가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불분명한 정보에 기대어 구매하지 않는다. 그래서 생산자와 판매자는 고기의 원산지, 사육 환경, 등급과 가공 일자까지 속속들이 공개하며 신뢰를 얻으려 애쓰고 있다. 실제로 많은 정육업체가 자사 제품에 QR코드나 상세 라벨을 부착해 “정보 공개”를 강조한다. 이는 미트리터러시가 높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필수 전략이 되었다. 

 

또 다른 변화는 시장 세분화이다.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진 만큼, 고기 시장도 여러 갈래로 세분되고 있다. 가령 가성비를 중시하는 층을 겨냥해 온라인 정육 플랫폼들이 활발해졌다. 대표적으로 미트박스 같은 B2B 중심의 고기 직거래 플랫폼은 식당뿐 아니라 개인 소비자도 이용하면서 “고깃값 거품을 뺐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저가 판매업체를 상단에 노출하는 식으로 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낮추고, 신선한 고기를 산지 직송으로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큰 호응을 얻었다.

 

반대로 품질과 브랜드를 중시하는 층을 위해서는 백화점이나 정육 전문점들이 프리미엄 큐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유명 백화점 정육 코너에서는 “한우 명장(名匠)이 선별한 오늘의 특선” 같은 큐레이션을 내걸어 고급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전문 미트 세프나 고기 소믈리에를 표방하며, 손님에게 어울리는 고기를 추천해주는 식당이나 정육점도 등장했다. 이런 가게에서는 “오늘은 마블링이 적당한 채끝이 기분 좋게 드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식의 세심한 제안이 이뤄지고 있다. 결국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취향의 큐레이터가 되다 보니, 업계에서도 맞춤형으로 대응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꽃피우고 있는 셈이다. 

 

미트 큐레이션 시대의 도래는 고기 소비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불러왔다. 과거엔 많이 먹고 배부르면 그만이던 고기가 이제는 가치와 이야기를 담은 존재로 격상되고 있다. “현대 소비자는 단지 맛있는 고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건강하고, 의미 있고, 정당한 고기를 원한다”는 분석처럼 고기는 더 이상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소비자가 자신의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친환경 가치를 중시해 인증받은 고기를 찾고, 또 다른 이는 지역 사회와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로컬 미트 브랜드를 구매한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는 단백질이 아닌 ‘가치’를 먹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는 이제 생산자와 미트마케터, 더 나아가 소비자 모두의 숙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높아진 미트리터러시는 지속 가능한 육식 문화에 대한 논의로도 이어진다. 고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앞서 언급했듯 환경과 윤리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고기를 먹지 말라는 목소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기를 어떻게 먹을지 함께 고민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라는 말처럼, 이제 소비자는 맛과 영양뿐 아니라 책임 있는 소비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는 축산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쳐 동물복지형 사육, 탄소배출 저감 사료 개발, 대체육과 배양육 연구 등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을 촉진하고 있다. 소비자가 깨어있고 똑똑할 때 산업도 발전 방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보가 힘인 시대이다. 고기에 대한 높은 정보이해력을 갖춘 소비자는 자신만의 미트 큐레이션으로 식탁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중심으로 살펴본 여러 사례에서 보았듯 미트리터러시가 높아진 사회는 더 풍요롭고 개성 있는 식문화, 그리고 더 투명하고 건전한 산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늘 저녁 식탁에 오를 고기를 고르기 전에 이제 우리는 한 번 더 생각해본다. “어떤 이야기를 가진 고기일까? 내 가치관에 맞는 선택일까?” 미트리터러시가 높아진 지금, 이런 물음표야말로 우리 모두를 더 나은 미트 라이프로 이끌어주는 지도일 것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5년 9월호 94~1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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