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속 삼겹살 과지방이 이슈가 된다. 이제 삼겹살 미투라고까지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보배드림이라는 유명 사이트에 올라온 글의 전문을 가져왔다. 이게 이번에 제주 흑돼지 미투의 시작 글인 것 같은데 좀 이상한 점이 있다. 첫 번째 분명 3명이 방문을 했는데 고기 주문량이 1kg이 넘어간다. 보통은 하나 시켜 먹어 보고 추가로 시키는 것 아닌가? 두 번째 두 덩어리의 뼈겹살에서 정말 98%의 지방만 있었다면 사진이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보통 뼈겹살 두 대를 다 한꺼번에 굽지 않으니 자르지 않은 뼈겹살 그것도 지방이 98%인 것을 통째로 사진 찍어 두어야 한다.
뼈겹살의 특성상 어느 일부분에서는 이렇게 과 지방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촬영된 10점의 삼겹살만으로는 이날 주문한 1kg이 넘는 뼈겹살 전체가 98%의 비계 삼겹살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좀 무언가 부족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추가로 사진을 더 공개해 주었으면 한다.
제주도 식당이 1차 잘못을 했지만, 그건 어느 한 특정식당에 국한된 것이지 제주도 전체의 흑돼지 식당들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제주도 흑돼지 농장과 흑돼지 식당 사장들 편에서 적극적으로 말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이런 표현, 이런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옆집 40대 아저씨가 바람을 피웠다고 그 동네 40대 아저씨들이 다 바람둥이라고 비난받는 건 아닌 것 같다.
흑돼지에 대해서 좀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흑돼지 품종은 제주 개량 흑돼지, 지리산으로 대표되는 육지 흑돼지(산청, 지례, 남원 등). 난축맛돈과 우리흑돈인 개량 흑돼지, 제주 연리지 가든의 재래돼지, 포항에도 재래돼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조금씩 피가 다르다.
우선 육지 돼지는 조선의 재래돼지(30kg 내외였다고 한다.)를 일제가 1920년대부터 영국산 버크셔랑 누진 교배를 시켜서 만든 돼지다. 이게 1942년 통계를 보면 조선반도에서 키우는 돼지의 70%가 넘어갔다. 1950년 전쟁으로 우리나라의 돼지가 156,000두뿐이었으니 재래돼지와 버크셔 교잡종도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버크셔를 1973년 총 돼지 사육두수 1,594천두 일 때 30만두 정도 키우고 있었다. 1970년대까지는 육지의 많은 잡종 돼지들이 버크셔 피를 가지고 있었다. 버크셔를 한반도의 보급한 일본은 중요크셔를 주로 키우고 미국과 유럽은 공장식 사육으로 버크셔를 거의 안 키웠으니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최근까지 버크셔를 먹어 왔다.
제주 흑돼지는 육지 돼지와 다르다. 일제는 해방될 때까지도 제주도의 재래돼지는 개량할 생각을 안 했는지 해방 당시 제주도 총가구 수가 4만호인데 돼지가 4만두 정도 있었다. 거의 모두 재래돼지, 똥돼지였다. 해방 당시만 해도 제주도에서 돼지는 척박한 농지에 비료를 생산하는 채비 동물로의 기능이 강했다. 새끼를 낳고 커지면 마을 잔치나 관혼상제 때 잡아먹었다. 아마 이런 제주 재래돼지 역시 조선의 재래돼지처럼 30kg 정도의 작은 돼지였을 것이다.
1954년 이시돌 목장의 임피제 신부가 요크셔(요크셔도 소, 중, 대로 종류가 나누어지는데 이 당시는 아마도 중요크셔)를 가져다 이시돌 목장에서 키워 이시돌 목장은 1970년대 아시아에서 제일 큰 돼지 농장으로 13,000두 정도의 돼지를 키웠다. 1960년대 흰돼지 요크셔를 농가에 보급했는데, 이 땅 제주도 흑돼지와 요크셔가 교잡을 해서 지금의 제주 흑돼지가 태생한 것이다. 지금은 햄프셔, 버크셔 등 각종 흑돼지가 섞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난축맛돈은 최근 복원된 제주도 재래돼지와 랜드레이스라는 서양종 돼지를 교잡해서 만든 신품종이다. 우리흑돈은 재래돼지와 두록을 교잡해서 만든 신품종이다. 난축맛돈이나 우리흑돈을 토종돼지로 마케팅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재래 흑돼지 피가 12.5%인 난축맛돈이 토종돼지라고 이야기한다면 제주 흑돼지나 지리산 흑돼지도 거의 다 토종돼지일 것이다.
지리산 버크셔는 2004년 박화춘 박사가 미국 버크셔를 수입해서 한국 테루아에 맞게 한국인의 육식생활에 맞게 개량한 돼지다. 제주도 재래돼지를 우리가 연리지 가든이라는 제주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건 찾아내서 복원한 재래돼지의 개체수를 조정하면서 과잉 생산된 돼지를 농가에 분양했기 때문이다. 제주 재래돼지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버크셔 피가 없었는데 2000년대 제주도 차원에서 미국산 버크셔 200두를 수입하여 농가에 보급해서 오늘의 제주산 흑돼지도 일부 버크셔 피가 섞여 있다.
제주도에 약 260개 정도의 돼지 농장이 있다. 그중 흑돼지 전문 농장은 30개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12년 필자가 제주돈육수출센터에 근무할 때는 17개 흑돼지 전문 농장이 있었다. 이들 제주 흑돼지 농장들의 재래 흑돼지 비율은 30%가 넘지 않을 것이다. 난축맛돈은 12.5%밖에 안 된다. 서양 돼지들은 영국의 산업혁명 당시부터 중국산 돼지들과 교배해서 새로운 돼지 타입으로 개량되고 있다. 처음에는 지방이 많은 라드 타입으로 다음에는 베이컨 생산량이 많은 베이컨 타입으로, 그리고 지금은 살코기가 많은 린미트 타입으로 개량되고 있다.
문제는 돼지고기 육식 생활방식의 차이다.
미국과 유럽은 돼지고기의 70%를 햄·소시지로 먹는다. 소시지는 살코기에 지방을 첨가해 지방함량을 보통 20~30% 정도 맞추고 물을 넣어 보수력도 높인다. 그래서 부드럽고 풍미가 좋은 소시지를 만들어 먹는다. 소시지를 만드는데 살코기가 가장 경제적 가치가 크니 살코기만 많이 생산되는 돼지 품종으로 점점 개량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70% 이상의 돼지고기를 생고기로 그냥 굽거나 삶아 먹는다. 소시지처럼 인위적으로 지방을 첨가하지 못하니 키우는 돼지의 여러 부위에 지방이 잘 발달해 있어야 한다.
돼지의 평균 체지방률은 15% 내외다. 뒷다리는 10% 미만의 지방률이다. 그래서 뒷다리를 구워 먹으면 닭가슴살처럼 퍽퍽하고 맛이 없는 것이다. 삼겹살의 지방함량은 평균 30~40%대다.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삼원교잡의 백돼지의 경우다. 제주 흑돼지는 다소 더 삼겹살의 지방함량이 높다. 그래서 제주 흑돼지가 맛있는 것이다. 크리미한 삼겹살의 뒷맛을 독한 소주가 씻어 주어서 삼겹살과 소주의 페어링은 최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소주가 16%가 되면서 소주는 더 이상 삼겹살의 느끼한 뒷맛을 커버해 주지 못한다.
필자는 이번에 삼겹살 과지방 논쟁이 단순히 삼겹살의 품질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비싼 가격에 대한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삼겹살은 서민 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삼겹살은 그렇게 싼 음식이 아니다. 처음 삼겹살 로스구이가 유행했던 건 철저히 한우 로스의 대체재로의 역할이었다. 1970년대 경제가 성장하면서 육류의 소비가 늘어나고 한우 로스구이가 너무 인기가 있어서 1976년 한우 파동이 일어났다. 그래서 정부는 1978년부터 돼지고기 일본 수출을 중단하고 일본에 수출되었던 돼지고기를 내수로 방출하는데, 그때 비싼 한우 로스구이의 대체재가 된 것이 베이컨 원료로 수출되던 지금의 삼겹살이다.
지금 삼겹살 과지방 미투는 그저 삼겹살의 과지방 품질에 대한 클레임이 아니라 물가가 상승해서 못 살겠다는 서민들의 한풀이일지 모른다. 그래 삼겹살은 늘 지금까지 서민의 편이었는데 삼겹살마저 비싸지니 삼겹살이 미울 것이다. 본질은 단순한 삼겹살이 아니라 기후 위기 속에서 농수축산물 먹거리 가격 불안정이 더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겹살을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제주도를 비난하는 것 역시 지역 차별이다. 제주도민도 우리나라 전체 1%의 국민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제주도에서 지금처럼 흑돼지가 인기 상품이 된 것은 불과 30년도 안 된 역사다. 제주 흑돼지가 인기가 있는 건 제주도의 그 어떤 먹거리보다 제주도를 상징하면서 가격이 저렴해서이다. 제주도 여행은 갔는데 비싼 갈치, 전복은 못 먹겠고 흑돼지라는 특산물이 있으니 먹어 보자고 먹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보배드림에 올라온 계산서가 그걸 잘 의미해 준다. 3인이 14만원이면 갈치나 전복을 먹어도 될 금액이다.
참 오랫동안 미트 마케터로 활동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격 때문에 가격이 싸서 무언가를 선택했다고 솔직하게 잘 말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 삼겹살 미투는 한돈 삼겹살이 너무 비싸져서 생겨난 현상이라고 풀이해야 한다. 그 누가 잘하고 못 한 것을 떠나 압축성장으로 생겨난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문제점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역사는 하나의 무기다. 과거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
맛 칼럼니스트들과 삼겹살 유행에 대해서 긴 논쟁을 한 건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문화가 된 삼겹살 유행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이 문화의 종식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요즘 제주도 과지방 삼겹살 이슈로 과지방 삼겹살 미투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왜? 삼겹살은 좋아하는가 하는 정확한 역사의 진실을 알아야 한다.
1978년 이후 삼겹살이 유행하기 시작한 건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가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한우의 등심, 안심 등 로스구이용의 가격과 당시는 부위별 가격차가 거의 없었던 돼지고기 가격을 비교해 보면 두 배보다 더 가격 차이가 났다. 1945년 자료를 보면 소고기,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같았다. 조선시대에는 돼지고기 가격이 더 비쌌다. 1965년에는 소고기 한 근, 돼지고기 한 근의 가격차는 26% 정도였는데 1983년에는 거의 두 배 반이 비쌌다.
제주도 과지방 삼겹살 미투는 품질에 대한 이슈라기보다는 가격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돼지 한 마리에서 10% 정도 생산되는 삼겹살의 경제적 가치는 40%대이니 한돈 삼겹살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압축 성장, 빨리빨리 문화가 가져다준 문제지만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구워 먹기 좋은 매력적인 삼겹살을 생산할 수 있는 나라다. 일본의 와규 A5의 아이스크림 같은 지방 맛보다 더 풍미가 좋은 살살 녹는 삼겹살의 지방맛과 테이블 바비큐라는 독특한 구이 문화가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날이 올 것이다. 이제 코카콜라라는 제품을 파는 시대가 아니라 스타벅스라는 문화체험을 파는 시대다. 돼지고기 수출 시대를 넘어 삼겹살 구이 문화를 수출하는 시대가 왔다.
필자가 아주 심플하게 내린 결론은 요즘 번지고 있는 과지방 삼겹살 미투는 품질 클레임이 아니라 서민 음식으로 포지셔닝 되어 사랑받아 온 삼겹살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고 불만이다.
이제 더 이상 퇴근 후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가볍게 이야기할 수 없는 가난이 우리를 찾아왔고, 가난해진 자신에 대한 불만이 엉뚱하게 삼겹살에게 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분명 과한 지방의 삼겹살을 손님에게 제공하고 손님의 교체 요구를 무시한 식당은 잘못했다. 그런데 과연 한번 생각해 보자. 이런 과지방 문제가 어제오늘의 문제였을까?
세계적인 돼지의 개량 방향은 점점 살코기 타입(린미트 타입)인데 우리나라도 유럽, 캐나다 등에서 린미트 타입의 돼지를 수입하는데 요즘 점점 과지방 삼겹살 이슈가 생긴다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사람들이 어떤 지방함량의 돼지고기를 좋아하는가? 각자의 기호일 것이다. 우리가 커피믹스를 좋아하는지,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지, 커피의 기호가 있듯 이제 돼지고기 삼겹살도 사람들의 기호에 맞게 팔아야 할 때다.
기왕 삼겹살을 어쩌다 먹는다면 필자는 진한 지방이 가득한 삼겹살을 먹을 것이다. 지방이 적은 돼지고기를 먹고 싶다면 지방이 적은 삼겹살을 찾지 말고 목살이나 앞다리를 먹으면 된다. 아니 뼈등심을 먹는 것도 권한다. 이제 숙성도가 서울에 오픈하니 진짜 숙성된 단백질 맛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은 숙성도의 뼈등심이나 앞다리를 주문해서 먹으면 된다. 굳이 삼겹살을 먹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미친놈, 사기꾼 소리를 들어가며 돼지고기 숙성을 연구했다. 이제 필자는 한우 숙성에 전념한다. 돼지고기 숙성은 다들 이제 선수들이라 필자보다 잘하는 것 같다. 한우 한 마리를 어떻게 숙성할 것인가? 요즘 고민하는 숙제다.
제주도 흑돼지 가격이 비싸다는 사람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방안은 저지방 흑돼지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서을에서 파는 가격보다 가성비는 좋고 맛있는 제주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미 필자가 이런 흑돼지 가격 저항을 예고하고 제주 한우 불고기를 만들자고 떠들고 다니는 것이다. 부산에서 한우 불고기를 런칭한 식당의 대표는 세금 절감을 위해 벤츠S를 타고 다니는데 외국 관광객이 버스로 한우 불고기 먹으러 온다고 한다.
제주 한우 불고기 런치가 성공해서 흑돼지와 함께 새로운 관광 상품이 된다면, 처음은 제주도 인바운드 관광객이 타깃이겠지만 제주 한우 불고기가 인기만 얻는다면 제주도가 한우 수출 거점이 될 수 있다. 10만두의 한우를 제주 중산간의 마을 방목장에서 키우고, 돼지 사육두수를 흑돼지 중심으로 30만두 미만으로 관리하는 제주 축산 리스트럭처링에 성공한다면 제주도 농가의 소득이 더 올라갈 것이다. 제주 한돈농가들은 제주 한우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이제 크리미한 삼겹살은 세계로 나가야 할 때이다. 삼겹살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삼겹살 로스구이 문화를 수출해야 한다. 해외로 돼지고기를 수출하는 것보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인바운드 관광객을 대상으로 삼겹살 로스구이 체험문화를 확대해야 할 때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보자.
■ 필자 유튜브 : 『고기만』 또는 『meat1000』을 검색하면 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4년 7월호 110~116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