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은 돼지고기 지방산 조성을 조절해 지방 식감(굳기, 탄력성)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 분자표지(마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돼지고기 품질을 평가할 때 지방의 경우 색과 굳기(경도)로 판단한다.* 돼지고기 지방 굳기는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의 조성 비율에 따라 달라지는데, 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으면 씹힘성**이 있는 식감을 띄게 된다.
*돼지고기 품질 및 위생관리 지침서(국립축산과학원)
**식품을 입에서 씹어야 하는 정도 또는 씹는 데 필요한 노력의 정도로 굳기, 탄력성 등을 고려해 측정.
돼지고기 품질에 중요한 요소인 지방산 조성은 유전력이 높은 형질이지만 그동안 품종을 개량하는 지표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지방산 조성은 도축 후 등심을 분석해야 알 수 있는데, 도축하면 해당 개체는 씨돼지로 선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지방산 조성과 연관된 유전자를 찾고자 전장유전체분석(GWAS)*을 실시했고, 16번 염색체에서 장쇄지방산** 생합성에 관여하는 ELOVL7 유전자를 확인했다.
*GWAS(Genome-wide association study): 특정 생물 종의 집단 내 다양한 개체들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유전적 변이들과 특정 형질 간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연구 방법.
**지방산은 지방산을 구성하고 있는 탄소의 개수에 따라 단쇄, 중쇄, 장쇄로 구분되는데 장쇄지방산은 탄소 개수가 13개 이상인 지방산을 말함.
ELOVL7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단일염기다형성(SNP)*이 3가지의 유전자형 T/T, T/C, C/C로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해당 변이는 포화지방산 중 하나인 스테아르산**의 함량과 연관이 있었으며, 특히 유전자형 C/C에서 스테아르산 함량이 양적으로 증가했다.
*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유전체의 염기쌍 중 특정 위치에서 서로 다르게 가지고 있는 변이. DNA 염기서열에서 하나의 염기서열 차이를 보이는 유전적 변이.
** 돼지 지방산 조성 중 3번째로 많은 비율을 차지함.
이는 유전자형 C/C가 돼지고기 지방산 조성에서 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은 개체, 즉 지방이 단단한 개체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전자 분자표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유전자 분자표지는 ‘돼지고기 내 포화지방산 함량 예측용’으로 특허출원*을 마쳤으며, 현재 농가 현장 적용을 위한 기술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농가에서는 지방산 조성이 알맞은 개체를 씨돼지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돼지고기 지방 식감에 대한 개량 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돈육 내 포화 지방산 함량 예측용 SNP 마커 및 이의 용도(10-2023-0175959)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소 강근호 소장은 “국내 소비자는 돼지고기 지방이 희고 윤기 있으며, 단단해 씹힘성이 좋은 고기를 선호한다”며 “국내산 돼지고기 소비 촉진을 위해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돼지고기 품질 연구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