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자료가 아니고 쉽게 축산 통계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 사이트 중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가 (사)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사이트다. 친절하게 나름 돼지고기 재고를 알려 주어서 잘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말 재고만 사이트에 올라와 있고 업그레이드가 안 되어서 직접 전화를 해 봤다. 지난 7월 삼겹살 재고가 좀 줄었다고 한다. 다행이다. 그래도 여름철은 삼겹살 성수기인데 삼겹살 재고가 좀 줄어들었으니 생각하는 것처럼 삼겹살의 인기가 하루아침에 식어버리는 건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양돈산업은 구조 자체가 훌륭하고 맛있는 삼겹살을 생산하기 위한 구조다.
품종도 사육방식도 출하체중도 다 가장 삼겹살 중심으로 돌아간다. 육가공장 역시 삼겹살 수요에 따라 작업두수를 조절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이게 작년부터 삼겹살이 냉동 재고로 쌓여도 작업두수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한돈의 자급도가 70%대인데 삼겹살은 수입량이 많아 50%대다. 지난 10월 8일 기준 금천미트 도매 판매가격이 한돈 삼겹살 kg당 가격은 16,800원, 수입 삼겹살은 kg당 7,800원~11,550원이다. 한돈 대비 삼겹살 가격이 46~69%이다. kg당 11,550원 하는 수입 삼겹살은 돼지 품종이 두록이니 가격이 일반 백돼지보다 높게 형성되는 걸 감안하면 수입 삼겹살 가격이 한돈 가격의 50%대에서 도매 유통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2023년 1~8월까지 288,275톤의 돼지고기가 수입되었는데 그중 42.8%인 123,271톤이 삼겹살이다. 2022년 연간 돼지고기 총수입량이 442,372톤인데, 그중 삼겹살 수입량은 172,449톤으로 39%였던걸 감안하면 삼겹살 수입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말까지 185천톤 정도의 삼겹살이 수입될 수도 있다.
한돈 삼겹살은 판매가 부진하지만, 수입 삼겹살은 지속해서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는 식당에서는 수입산과 한돈 삼겹살이 별 차이점이 없이 가격을 보고 식당 사장들이 삼겹살을 선택한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가 역전 약국에 가서 박카스 D를 달라고 하면 약사가 효과는 박카스랑 같다면서 다른 드링크제를 권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지 모른다.
박카스 D를 판매하는 것보다 약국으로서는 다른 드링크제를 판매하는 것이 이익이 더 생기기 때문에 약사들이 다른 드링크제를 권한다. 코로나 이후 어려워진 식당들이 도매가격이 싼 수입 삼겹살로 식재료를 많이 대체하고 있다. 아니 판매가격까지 낮추어 저가로 심지어는 무한 리필로 수입 삼겹살을 판매하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칼럼을 읽는 주 구독자들은 한돈 관계자들이니 혹시 삼겹살 식당을 갔는데 수입육을 팔면 근처에 한돈 삼겹살을 판매하는 식당을 찾아갈지 모르지만, 요즘 MZ 세대는 맛과 가격에서 만족하면 국내산이나 수입이나 크게 구분하지 않는 추세이다.
매번 칼럼에 한돈의 위기, 삼겹살 시대의 끝을 이야기하면서 별 대안을 이야기하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에 쉽게 대책과 대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계속 시장 환경 분석만 열심히 이야기하고 한돈산업의 미래를 준비하자고 이야기만 했다. 나름 대안을 찾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자료들을 찾아서 공부하는데 전 세계의 양돈산업은 과거와는 조금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다.
미국은 물 부족 국가여서인지 기후 위기에 직격탄을 맞는 것 같은 이상 현상을 보인다. 유럽은 돼지 사육두수를 줄인다. 일본은 닭고기가 돼지고기 소비를 앞질렀다. 사육두수도 최대 1,100만두까지 키웠던 과거와는 달리 900만두 대도 무너졌다. 중국은 불과 10년 사이에 돼지고기 소비구성비가 급감하고 다른 육류들의 소비가 다이나믹하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역사상 최초로 고기가 남아도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더욱 놀라운 건 전 세계의 고기 소비의 정치, 경제, 도덕적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고기는 권력자, 엘리트 집단의 상징이다. 인민에게 고기를 많이 먹이는 것이 이데올로기였다. 지난 50년간 우리 세대는 고기를 가장 민주적으로 값싸게 많이 먹을 수 있었던 세대로 기록될 것이다.
지금은 고기 소비에 지구 환경이라는 새로운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개고기 소비에 대한 시각의 변화처럼 곧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개고기를 먹는 것처럼 사회적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부족한 소고기의 대체재로 양돈산업을 전략적 육성하던 시대는 지났다. 한돈산업은 곧 정부 탄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탄압은 좀 지나친 표현이고 소외당하고 외면당할 수 있다. 한돈농가는 농민이 아니라 농촌에 있는 중소기업인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양적 성장을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년간 계속 이야기해도 아무 반응이 없으니 작은 전술적 대책들을 이야기해야겠다.
삼겹살 소비 둔화가 아니라 한돈 삼겹살 소비 둔화에 한돈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대책을 이야기해 보자.
2014년 국내에서 처음 돼지고기를 드라이에이징(건식숙성) 하면서 만약 드라이에이징 앞다리를 구이로 판매할 수 있다면, 그래서 연간 1,800만두 도축하는 돼지의 앞다리를 3,000원만 더 받을 수 있다면 수 천억원의 부가가치를 더 창출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들 사기꾼이라고 했다. 그런데 2023년의 돼지고기 외식 시장은 숙성이 트렌드가 되었다. 불과 1kg에 4,000원 하던 뼈 등심은 2만원이 넘어갔다. 앞다리도 수요가 늘어나기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뒷다리에서 답을 찾자. 지산지소 샤퀴테리가 답이 될 수 있다.
뒷다리를 숙성해서 상품화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실행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버크셔 같이 근내 지방이 풍부한 돼지 이외의 현재 삼원교잡 돼지로는 좀 어려운 건 같다. 사실 돼지는 뒷다리의 부가가치가 높아져야 산업이 안정화될 수 있는데 한돈 생산비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이지만 뒷다리가격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그래서 20여년 전부터 우리도 스페인처럼 하몽을 만들어서 뒷다리 하나에 수 십만원 받아 보자고 나름 노력했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어디에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축육 햄 소시지의 역사는 1980년 롯데햄 우유, 제일제당부터라고 보면 된다(표 1). 40년이 조금 넘은 짧은 역사가 있는데 햄 소시지에 대한 이미지는 정크푸드나 발암물질 등 불량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밥용이나 스팸 이외에는 별 인기가 없다. 원인이 뭘까? 소비자 단체와 육가공회사의 마찰에서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설도 있다.
또한 1980년 당시는 냉장 콜드 시스템이 소매단계에서 구축되지 않아 소시지에 전분 등 고기 이외의 재료를 사용해서 보존성이 높아졌지만 맛이 없어서라고 이야기하는 설도 있다. 육가공회사의 경영층이 다들 이과 출신들이라 원가 절감에만 신경을 써서 사람들이 토끼고기나 말고기를 사용한다고 오해가 있어서라는 설도 있다.
도시락 반찬 수준에 머물던 햄 소시지는 학교급식이 시행되고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WHO 기준에 발암물질 1군에 햄 소시지가 들어가니 더욱 불량식품으로 인지되고 있다. 메츠거라이 방식 독일식 소시지를 정육점에서 소규모로 생산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었지만 그렇게 유행하지 못했다. 햄 소시지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나쁜 까닭이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요즘 젊은 층에 샤퀴테리가 유행한다.
샤퀴테리란 고기와 고기 부속물 등으로 만든 육가공품을 총칭하는 프랑스어로 ‘Chair(살코기)’와‘cuit(가공된)’가 합쳐진 말이다. 보통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공산품이 아니라 유럽 전통의 방식을 따라 자연적인 재료만 사용해 만든 수제 육가공품을 일컫는다.
샤퀴테리는 일반적으로 메인 메뉴를 먹기 전 제공되는 전채요리나 간단한 와인 안주 등 가볍게 먹는 용도로 사용된다. 샤퀴테리는 소금에 절이거나 바람에 건조하는 방식, 훈연하는 방식, 익히고 찌는 방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이 이뤄진다. 대표적으로 하몽(Jamon·스페인), 프로슈토(Prosciutto·이탈리아), 살라미(Salami·이탈리아), 리예트(Rillette·프랑스), 잠봉(Jambon·프랑스) 등이 이에 속한다.
메츠거라이는 독일식이고 샤퀴테리는 프랑스식이라고 이해해야 할까? 메츠거라이는 소시지가 중심이라 인기가 없었고 샤퀴테리는 잠봉이라 새로운 육가공품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일까? 메츠거라이는 정육점에서 아무런 엔터테인먼트가 없었고 샤퀴테리는 소금집이니, 사실주의 베이컨이니,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가미된 외식업 색채가 강해서일까?
분명 2000년대 초반부터 서서히 시작되었던 독일식 메츠거라이는 큰 인기가 없었는데 최근 샤퀴테리는 유행을 하고 있다. 생햄, 발효햄, 하몽은 확실히 대기업에서 만드는 햄 소시지와는 결이 다른 육가공품이니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잠봉(jambon)이 인기인데 잠봉은 돼지 뒷다리살로 만든 얇게 저민 햄이라는 뜻의 프랑스말이다. 영어로 햄(ham)이다. 하몽이라고 이야기하는 하몬(jamón)은 스페인어로 햄을 뜻이다.
스페인 현지에서 하몽을 먹어 보면 일반 백돼지로 만든 하몽과 이베리코 베요타로 만든 하몽은 완전히 다르다. 이베리코 베요타는 하몽을 만들기 위해서 뒷다리 이외의 모든 부위를 포기한 돼지고기라고 보면 된다.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하몽을 만들고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부위를 우리가 수입해서 먹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국내산 하몽을 여러 해전부터 먹어 봤다.
처음에서 제조 자체의 방향성이 달라서 맛이 스페인 하몽과는 비교가 안 되었다. 기후 풍토가 다르니 어려운 일인데 시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몇 해 전 지리산 하몽을 먹어 봤는데 제조 기술은 설비가 워낙 좋으니 어느 정도 수준을 따라가고 있다. 하지만 돼지의 사육 일령이나 출하체중이 적고 품종에 차이가 있어서 역시 하몽의 깊은 감칠맛은 살아나지 않았다.
최근 지리산 버크셔 하몽을 다시 먹어 봤는데 스페인의 이베리코 베요타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스페인 호텔에서 조식 뷔페에 나오는 백돼지 하몽, 하몽 세라노(Jamón Serrano) 보단 맛있었다. 특히 염도가 스페인 산은 너무 강하다. 조금 낮춘 염도가 우리 입맛에 맞았다.
일본 하몽에 대해서 자료를 찾아보았다. 일본의 420개의 돼지고기 브랜드가 있는데 그중 50% 정도가 6차산업 연계 브랜드 즉 지산지소 브랜드다. 일본에서는 작은 하몽 공방 등 육가공이 지산지소 브랜드 돼지고기들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은 돼지고기 소비의 70% 이상을 육가공품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도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인들에게 돼지고기 먹는 걸 배워서 육가공 소비량이 우리보다 많다. 특히 등심 햄은 워낙 소비가 많아 일본의 돼지고기 자급도가 50% 정도인데 등심의 자급도는 20%라고 한다.
일본이 등심 햄을 많이 먹는 건 1차대전 때 칭다오에 있는 독일군들과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독일군 포로들을 일본 포로수용소에 수용했는데 그때 포로로 잡힌 독일 군인 중 햄 소시지 기술자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 중 일부는 일본에 남아서 햄을 계속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일본의 양돈 기술이 떨어져 뒷다리보다 등심 햄을 주로 만든 것이 지금까지 로인 햄 소비를 가져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소비량 중 육가공품(햄, 소시지, 베이컨, 캔) 소비량은 얼마나 될까?
(사)한국육가공협회 자료를 보면 햄, 소시지, 베이컨, 캔 연도별 생산량은 (표 2)와 같다. 2021년 246,026톤 생산했다. 2021년 돼지고기 소비량이 1,466,000톤, 그럼 16.8% 정도로 돼지고기 소비 중 차지하는 비율이 낮게 소비하고 있다. 물론 이 수치는 기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돼지고기 소비의 20% 이하로 육가공품을 소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삼원교잡의 돼지는 햄 소시지 생산에 적합하게 개량된 돼지일지도 모른다. 정크푸드, 발암물질, 불량식품으로 이미지가 나쁜 햄 소시지의 부정적 이미지를 하루아침에 개선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우리나라 육가공산업이 과점적 산업이라 메이저들이 7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반면 샤퀴테리는 작은 식당(공장)에서 자체 생산하는 형식이라 앞으로 일본처럼 지산지소 브랜드를 생각하고 있는 규모가 있는 농장이나 조합에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분야다.
우리가 삼겹살을 먹을 때 젓갈류랑 같이 먹으면 맛있는 것처럼 하몽과 삼겹살을 같이 먹으면 감칠맛이 더욱 살아나서 맛있다.
하몽을 메론과 먹으면 맛있다고 하는데 따뜻한 밥과 먹으면 너무 맛있다. 하몽의 생산비를 감안하면, 자체 생산한 하몽과 삼겹살을 함께 먹는 삼합 메뉴 식당을 운영하는 것도 삼겹살 소비 촉진의 전술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추석 전 지리산 생햄(하몽)의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해 봤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스페인 베요타 하몽과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곧 국내산 한돈 하몽이 스페인 하몽 맛이 나야 할까? 양돈 조합이나 자체 브랜드사업을 고민하는 한돈 농장들은 생햄 시장에 관해서 공부하고 관심을 가져 보는 것도 한돈 삼겹살 소비 둔화 시대에 살아남는 전술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지리산 생햄을 통해 불가능할 것 같은 사업의 가능성을 봤다. 사람들의 반응도 기술적 가능성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미래에 많은 한돈 2세들이 지리산 생햄에서 함께 기술을 배우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앞으로는 대관령 하몽, 치악산 하몽, 제주도 한라산 하몽 등 우리나라 전국에 지산지소 생햄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11월호 96~103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