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2년과 2023년의 상반기를 보면 1차 육가공업체는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을 것이다.
2022년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출입 및 인원제한 등 규제가 풀리면서 외식시장이 다시금 활기를 띠었고, 가계에 묶여 있던 돈이 풀리면서 일시적으로 시장에서는 경기가 살아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를 계기로 소비가 늘어나면서 2022년 상반기까지는 “적체 재고”라는 말이 1차 육가공업체 사이에서는 없었다. 시장의 가격 결정 구조가 정확히 맞아떨어지게 지육가에 대비하여 삼겹, 목심, 앞다리뿐만 아니라 등·안심, 뒷다리까지 전체적인 부분육 가격이 상승하였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 우크라이나 전쟁, 원부자재 가격 상승, 이와 더불어 금리 인상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더욱이 이번의 경기침체는 그 원인 자체를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우므로 그 끝을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2. 하반기 돼지고기 유통시장 상황 및 전망
2023년 상반기는 1차 육가공업체에게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과 같은 시기였다. 지육가는 여전히 이전과 같은 패턴으로 1분기가 지나면서 원료돈의 수급 상황과 맞물려 5,000~5,700원/kg까지 빠르게 상승했지만, 시장에서의 삼겹, 목심 등의 부분육 가격은 인상되지 못했다. 그 가치를 다 받지 못했다.
주요 원인은 “시장의 경기침체로 인하여 소비 부진” 이렇게 많이 이야기한다. 이 한 문장으로는 다 설명되지는 못할 것이다. 올해 초 대부분의 1차 육가공업체의 생산비용 도축비, 임가공비, 포장비 등 전 항목이 약 10% 정도 인상되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동안 급성장했던 “온라인” 채널의 매출 답보 상태도 그 하나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주요 온라인 채널도 매익률을 확보하는 것을 우선에 두고 판매전략을 수립하여 실행 중이다.
여기에 상반기 국산 돈육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수입산”이다. 특히 올해 5월, 6월에는 전년 동월보다 많은 양이 수입되었고, 그중에서는 삼겹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부위의 수입이 많이 늘어났다. 다른 부위의 수입량이 줄어도 올해 1월부터 7월까지는 전년 동월보다 많은 삼겹살이 수입되었다. 삼겹살의 주요 수입국은 미국산과 캐나다산인데 미국산은 일반식당으로 많이 판매된 것으로 파악되고, 캐나다산은 H대형마트 등을 비롯한 대형유통매장 3사 모두가 취급하면서 그 물량이 많이 늘었다. 수입산 증가는 소비자들의 구매가 “가심비”에서 “가성비”로 조금 이동 했음을 방증한 것이다.
수입육의 판매 증가와 경기침체, 여기에 해외여행 증가세는 국내산 냉동삼겹의 소비감소로 이어지면서 1차 육가공업체의 손익실적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2022년에 평균적으로 14,000~14,500원/kg까지 판매되었던 국산 냉동삼겹이 외식시장에서는 수요가 급감하여 그 가격이 높게는 3,000원/kg 이상 하락하고 가격을 인하하더라도 판매되지 못하고 현재까지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한가지 원인을 덧붙이자면 한우가격의 하락이다. 한우 사육두수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하면서 한우 1등급 지육의 도매가격은 전년 대비 25% 하락했다. 이에 농협에서는 돈육보다는 한우 판매량이 전년 대비 15% 이상 늘어난 반면 돈육 판매량은 전년 대비 동일 또는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와 같은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내외식 소비패턴이 2022년 상반기와는 완전히 달라지면서 국산 돈육의 재고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재고의 증가는 제품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재고의 증가는 내식 특히, 유통매장으로의 물량 집중이 이루어졌다.
유난히 더운 올해 날씨로 인하여 원료돈 출하가 지연되면서 일시적으로 시장의 재고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국내산 냉장 삼겹과 목심은 재고가 항상 많아서 시장에서의 덤핑판매가 지속해서 이어졌다. 7~8월 현재 1차 육가공업체가 겪고 있는 재고 부족은 외식시장 활성화나 유통매장에서 국산 매출이 상승한 이유보다는 전국적인 폭염으로 인한 원료돈 출하두수(도축두수) 감소에 기인하고 있다.
외식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의 회복한 수준이지 성장이 되는 것은 아니고, 유통매장 또한 캐나다 내부의 항만파업으로 인한 수입육 감소로 인한 대체재의 매출 증가로 보인다.
8월 15일이 지나면 무더위가 어느 정도 물러가고, 원료돈 수급이 원활해지게 되면 다시금 상반기와 같은 국산 돈육시장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무더위로 인하여 밀려 있던 원료돈 출하가 늘어나고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의 출하가 예상된다면, 10월에 대비하여 11~12월의 출하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소비의 강보합세는 외식 부분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현재보다도 내식시장 특히, 유통매장 그중에서도 대형유통매장으로 물량 집중화가 예상된다. 물량의 쏠림은 시장에서 국산 한돈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3. 국산 한돈 위기를 극복할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1,800만두 전체를 바꿀 순 없지만 우선 ▲소비 트렌드에 맞춰 원료돈 종 자체를 바꾸거나, 현재의 원료돈에서 강화된 선별하여 고급화 그 이상의 프리미엄화가 필요하다. SNS, 입소문, 인플루언서, 맛집 이러한 트렌디하고 줄 서는 식당들은 특별한 구이 방식, 다양한 반찬, 인테리어라는 요소도 있지만, 숙성, 선별, YBD, 흑돼지 이러한 요소 또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소비의 강보합세도 있지만 소비의 양극화를 이용할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은 ▲생산비 절감이다. 여기서 생산비 절감은 도축비, 가공비 등의 1차 육가공업체의 생산비가 아니라 원료돈 생산에 필요한 생산비 절감이다. 수입육과의 가장 큰 괴리는 소비자들이 현격히 느낄 수 있는 “가격”일 것이다. 이 가격을 소비자들이 납득하지 못한다면 수입육으로의 잠식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생산비 절감은 사료가격을 낮추거나 인건비를 낮추거나 하는 방법도 있지만,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돼지고기 등급제 방안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행 등급판정 기준은 도체중과 등지방 기준으로 지방이 적어야만 높은 등급이 나오도록 한데 기인한다. 이러한 등급판정의 기준은 우리나라 기후와 현재의 식문화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프리미엄 식당 중에는 상당수가 지방의 두께가 두꺼워도, 등급이 좀 낮더라도, 특별한 숙성·구이방법 등으로 운영한다.
현재의 등급제는 무조건 등지방이 얇아야 하고 삼겹살 자체 두께가 두꺼운 것은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없다. 이런 등급제로 판매하는 곳이 바로 유통매장이다. 1등급 이상의 좋은 돼지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한다. 그럼 많으면 40%, 적으면 30%의 2등급 돼지는 나쁜 돼지, 맛없는 돼지라는 것인데 그러한 돼지를 파는 식당은 나쁜 돼지, 맛없는 식당이라는 잘못된 등식이 성립된다. 소비자들이 선택하여 그 가치를 지불할 수 있는 등급판정 기준이 꼭 필요한 시기이다.
마지막으로 ▲신제품 개발이다. 현재 소분류 기준의 부분육 이외에 더 개발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1두에 1kg 미만의 소위 특수부위로 돼지 1마리의 가치를 올리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신제품은 세절 방법, 또는 양념, 소스 등의 부차적인 내용의 신제품 개발이다. 가정간편식, 밀키트의 판매가 꾸준히 유지 상승하고 구매하는 연령층도 다양화되고 있어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만하다. 양념, 소스는 수입육의 단점을 보완하는 보완재가 아닌 우수한 한돈의 품질을 부각할 수 있어야 한다.
세절 방법도 구이용 8mm, 10mm, 15mm 세절기계의 칼 틀에 맞춘 단순한 스펙이 아니라 소비자의 다양한 조리방법에 맞는 많은 종류의 세절 방법이 필요하다. 소비자(고객) 가치는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에서 더 많이 생성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주장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9월호 64~67p 【원고는 ☞ jhhong1@sj.co.kr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