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 Virus, SIV)는 돼지의 급성 호흡기 전염병으로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하여 발생한다. 이 질병은 이환율*은 높으나(100%) 사망률**은 높지 않은(1%) 질병으로 북미와 유럽 국가들에서 85~90%의 모돈이 항체를 보유할 정도로 전 세계 대부분 농장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과거에는 SIV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여 이에 대한 경제적 손실이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플루엔자 감염이 호흡기 질병 복합 감염(PRDC)으로 이어질 때 돼지 1두당 10유로의 손실을 발생시키며 소리 없이 큰 피해를 주는 질병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 이환율 : 전체 인구 중 일정 기간 내 발생한 환자수 비율
** 사망률 : 전체 인구 중 사망자 비율
1. 돼지 인플루엔자의 전파
SIV는 사람의 독감과 비슷하게 가을부터 봄까지 유행한다. 하지만 실제로 농장에서는 무증상 보균동물에서 면역이 없는 감수성 개체로 연중 순환 감염이 이루어진다. 전파는 직접적인 비말 접촉이나 공기 중 바이러스 입자에 의해 이루어지며, 분만사에서 모돈이 자돈을 접촉하면서 시작된다.
이때 포유자돈은 모체이행항체를 통해 방어력을 가지나, 감염이 지속되는 이유자돈이 돈군 내 바이러스를 전파해 재발하게 된다. 이때 이유자돈의 인플루엔자 이환율은 이후 육성/비육돈군의 바이러스 감염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2. 돼지 인플루엔자의 진단
SIV의 진단은 일반적으로 비강액, 구강액, 폐 조직을 활용한다. 면봉을 사용하여 임상증상을 보이는 개체의 코와 입에서 타액을 채취할 수 있다. 개체를 넘어 돈군 단위의 감염을 파악하기 위한 경제적인 샘플 채취 방법으로는 밧줄을 이용한 타액 수집이 있다.
이 방법은 이환율이 낮은 집단에서도 감염을 감지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모돈에서 포유자돈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포유 중인 모돈의 유방을 물티슈로 닦아내 포유자돈이 젖을 빨면서 묻힌 타액과 코 분비물을 채취하여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 반면에 혈액 검사를 통한 인플루엔자 항체 양성 여부는 질병 진단에 전혀 의미가 없다.
3. 돼지 인플루엔자의 감염 및 증상
SIV 감염은 호흡기 상피세포의 변성 및 사멸을 유발하는 급성 염증 반응을 일으켜 기도 허탈로 이어지고, 감염 후 24~48시간 내 간질성 폐렴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돈군에 갑작스럽게 40~41℃의 고열이 나고, 사료섭취 저하, 활력 저하, 가쁜(복식) 호흡, 기침, 콧물, 사지 말단(귀나 코)의 청색증 등의 임상증상이 발생한다. SIV 단독 감염 시 돈군에 임상증상이 폭발적으로 발생한 후, 2~3주 이내에 빠르게 회복한다.
단독 감염으로 인한 폐사율은 높지 않다고 하나, 경험상 현장에서 SIV 발생 시 폐사율이 평소의 2~3배로 증가한다. 감염일령이 어릴수록 피해는 커진다. 또한 SIV 감염으로 임신돈에 발생하는 고열은 유산을 일으킬 수 있으며 번식돈군에도 한동안 수태율 저하, 산자수 저하, 사산 증가 등의 영향을 끼친다.
임상증상만으로는 PRRS나 흉막폐렴 등 다른 호흡기 질환과 유사하므로 앞서 언급한 시료를 활용하여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는 것이 불필요한 처치와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4. 돼지 인플루엔자의 처치
SIV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제는 없다. 사람의 독감에 대한 치료제로 타미플루와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있으나 동물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열에 대한 해열제와 호흡기 상피세포 손상으로 인한 2차 감염의 예방적 항생제 처치가 도움이 된다. 감염된 돼지들은 사료 섭취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사료 첨가보다는 개체별 주사 치료와 음수 투약이 더 효과적이다. 항생제는 광범위 항생제를 선택한다.
CTC나 OTC 같은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와 해열제를 일주일간 음수 투약하고, 주사 치료를 하는 경우 3일 연속 치료해주는 것이 좋다. 논문에 의하면 마크로라이드 계열의 항생제인 틸바로신(tylvalosin)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세포를 감소시키며, 약물의 세포 내 축적과 분포에 있어 타이로신보다 효과적이라고 한다.
5. 돼지 인플루엔자의 발생 예방(질병 통제)
(1) 상용화된 백신 활용
SIV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만큼 발생의 예방이 질병 통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유럽과 우리나라에서 상용화된 SIV 백신은 H1N1, H1N2, H3N2 등 3가지 혈청형을 포함하는 불활화백신이다. 하지만 RNA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특징적으로 역동적인 항원의 변이를 통하여 빠르게 진화하며, SIV의 경우 사람의 독감백신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이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같은 지역 내에서도 여러 가지 균주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다양한 변이주와 헤글루티닌(HA) 항원형이 맞지 않는 기존의 불활화백신을 접종하게 되는 경우, 돈군의 호흡기 질병이 더욱 악화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항원형이 다른 불활화백신 접종 후 악화하는 호흡기 질병(VAERD : Vaccine Associated Enhanced Respiratory Disease)이 여러 논문을 통해 확인되었고, 이때 백신을 접종한 돈군이 그렇지 않은 돈군보다 더 많은 폐 병변을 보였다.
효과적인 백신 선택은 미국의 경우와 같이 모니터링을 통하여 현재 유행하고 있는 SIV 항원형을 파악하여 자가백신을 제조하거나, 이종 항원에도 교차면역을 형성하는 안전한 약독화 생독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가지 방법 모두 우리나라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2) 차단방역을 통한 예방
사양관리를 통한 SIV의 예방과 통제는 자돈간 순환 감염을 차단하고, 외부로부터 새로 유입되는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내부와 외부 차단방역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유 후 자돈간 바이러스 순환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배치별 올인 올 아웃 관리가 필수적이며, 사육구간별 장화와 작업도구 등을 분리하여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외부 차단방역 조치로는 우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가진 조류나 다른 야생동물이 돈사 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울타리와 방조망 등을 관리하는 것이다.
또한 SIV는 사람-돼지간 전파가 일어날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감기나 독감이 심한 관리자는 돼지에게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실제 농장직원들이 단체로 감기에 걸린 후 돼지에서 SIV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감기나 독감에 걸린 관리자는 격리하고 돼지와 접촉을 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피치 못하게 돈사 내 출입을 해야 하는 경우 반드시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여 돼지에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축산관계자들은 매년 가을 독감백신을 접종하여 독감을 예방하는 것이 권장된다.
후보돈이나 웅돈을 외부에서 도입하는 경우, 질병 상태를 확인한다. 비강액, 구강액의 SIV 항원 양성 여부를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앞서도 언급했지만 혈액 내 SIV 항체 양성은 현재 감염 여부에 대하여 진단적 의미가 없다(이는 대부분 양성이기 때문이다). 또한 감기(독감) 증상이 있는 직원이 있다면 돼지에 전파할 수 있으므로 최대한 돼지와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도록 하며, 돈사 내 근무 중에는 비말을 통한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마스크와 장갑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축산관계자들은 농장 동물과 본인을 보호할 수 있도록 매년 독감백신을 접종하기를 강력히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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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인플루엔자는 거의 모든 돼지농장에서 발생하고 변화가 무쌍한 바이러스이지만, 기본적인 사양관리와 방역이 잘 지켜진다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빠르게 회복할 수가 있다. 연중 돼지들의 호흡기 증상을 잘 관찰하고, 질병이 의심될 때는 수의사와 함께 빠른 조치로 농장을 건강하게 유지하기를 바란다.
■ 참고자료
• Disease of swine chapter 36. Influenza virus
• Live attenuated influenza A virus vaccine protects against A(H1N1)pdm09 heterologous challenge without vaccine associated enhanced respiratory disease (2014)
• Vaccine-associated enhanced respiratory disease is influenced by haemagglutinin and neuraminidase in whole inactivated influenza virus vaccines (2016)
• Considerations for selecting influenza vaccines for swine (Pig333, 2016)
• Swine influenza: doubts about its control on the farm (pig333, 2018)
• Clinical case: Influenza type A outbreak in a minimal disease farm (pig333, 2018)
• Samples to monitor the influenza virus (pig333, 2018)
• Swine Influenza can persist endemically in Farrow-to-Finish farms (pig333, 2015)
• Enzootic influenza: a balance between subpopulations and maternal antibodies (pig333, 2019)
월간 한돈미디어 2022년 3월호 【원고는 ☞ darby236@darby.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