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농촌공간정비사업으로 인해 괴산, 증평 등 충북지역 한돈농가들이 연이어 폐업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한돈협회가 정부와 지자체에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을 촉구하며 한돈농가 보호를 강력히 요구했다.
협회는 한돈농가도 농촌의 중요한 구성원임을 강조하며, 일방적인 퇴출이 아닌 지역사회와의 상생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돈농가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개선안을 담은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대한한돈협회(회장 손세희)는 지난 10월 30일 대한한돈협회 충북도협의회(회장 이민영) 소속 한돈농가와 함께 충북도협의회 사무실에서 '농촌공간 정비사업 충북 한돈농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농림한돈식품부, 충북도, 괴산군, 증평군, 농어촌공사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해 농촌공간사정비사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 제도의 사각지대로 인한 한돈농가의 심각한 피해 호소
협회는 현행 제도의 주요 문제점으로 법령과 사업지침 간 정비대상 범위 불일치를 지적했다. 축사시설의 경우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 시행규칙상 농촌위해시설에 해당하지 않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고시하는 축산시설만 위해시설에 포함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관련 고시가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지침에서는 축사를 정비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한 정비사업 동의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집단행동과 현수막 게시 등으로 한돈농가와 지역주민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결국 한돈농가들은 이러한 지역사회의 압박 속에서 사업 동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 축사 이전과 현실적 보상 보장돼야
농촌공간 정비사업 지침에서 이전지구 확보를 필수 요건으로 규정하지 않아, 사업 지속 의지가 있는 한돈농가들도 전국 대부분이 가축사육제한지역으로 지정된 현실에서 사실상 이전이 불가능해 불가피하게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협회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때 국내 한돈업 생산기반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불가피하게 폐업이나 이전을 하는 양돈농가에게 현실적인 보상대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현행 보상체계는 축사를 이전하더라도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의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이 전무한 상황이다. 더욱이 축사 폐업의 경우 원칙적으로 '미지원' 대상으로 분류돼 있어, 농가들의 재산권 보장이 전적으로 지자체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실정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 지역사회와의 상생 방안 모색 필요
간담회에 참석한 한돈농가들은 "우리도 농촌의 중요한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비사업으로 인해 몰아내야 할 시설로 인식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많은 농가들이 지역주민들의 압박 등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에 동의했지만, 이전지구 마련이 필수가 아닌 현실에 어쩔 수 없이 폐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축사를 정비 대상 시설로 보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과 상생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과의 합의 과정에서도 농가를 보호하면서 지역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행 제도가 개선되지 않은 채 농촌공간 정비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경우, 국내 농업생산액 1위 품목인 한돈산업의 생산기반이 심각하게 위축되어 결국 한돈농가의 말살은 시간문제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 농식품부, 제도 개선 검토 약속
이날 농림축산식품부 농촌공간계획과장은 시행지침 개정 시 한돈협회와 협의하고, 현실적인 '축산이전지구' 마련에 대해 지속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한돈협회 김춘일 부회장은 "현재의 농촌공간 정비사업은 한돈농가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이라며 "질병이나 생산성 문제가 아닌 행정적 조치로 인해 한돈농가들이 존폐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한한돈협회는 앞으로도 농촌공간 정비사업으로부터 한돈농가를 보호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재정적 지원 방안 마련 대책을 정부와 지자체에 지속해서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