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에 시작된 펩시 챌린지는 미국 전역의 식료품점과 쇼핑몰에서 소비자들이 코카콜라와 펩시를 블라인드 맛 테스트를 한 후 선호하는 브랜드를 결정하는 간단한 방식이었다. 어릴 적 우리나라에서도 펩시 챌린지가 있었다. 길거리에서 눈가라고 종이컵에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두 잔을 마시고 맛있는 콜라를 들어 보이면 그 콜라의 브랜드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챌린지었다.
브랜드 가치로 보면 당연히 코카콜라라고 생각하겠지만 눈을 가리고 맛만을 평가할 때는 펩시가 밀리지 않았다. 펩시가 일부러 두 음료를 다른 온도로 제공함으로써 코카콜라의 맛이 펩시만큼 두드러지지 않도록 했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문화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Blink(블링크)에서 ‘한 모금 테스트’에서 궁극적으로 펩시가 더 달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펩시 챌린지는 과학적 연구나 레시피 해설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우며, 이 연구의 비판은 약간의 표현 차이로 인해 광범위한 의견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당연히 펩시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저울에 엄지손가락을 올려놓았을지 모르지만 콜라에 대한 직접적인 주장은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단순히 테스트 중에 제품을 맛본 사람들이 펩시를 선호한다고 말했을 뿐이다.
■ 흑백 요리사를 보면서 펩시 챌린지를 생각해 봤다.
두려운 것은 우리가 한우, 한돈을 눈으로 먹고 있다는 것이다. 눈을 가리고 오직 맛으로만 평가한다면 한우야 마블링이 진해서 차별화가 되겠지만(아니 이것도 호주 와규 고등급은 한우에 버금가는 마블링이 있다), 한돈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일본에서 2019년 10월에 실시된 ‘육류에 관한 의식 조사(공익재단법인 일본육류소비종합센터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돼지고기를 구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복수 응답)의 TOP 3은 ‘가격이 저렴한 것’이 73.0%, ‘국산(일본산)일 것’이 47.9%, ‘신선도(색택)가 좋을 것’이 44.0%로 나타났다. 주목해야 할 것은 두 번째 ‘국산(일본산)일 것’이다. 외국산 식품은 생산자의 얼굴이나 생산 과정을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정말 안전한가?’라는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본은 1971년 돼지고기 수입 개방이 되었지만, 그동안은 식당용이나 햄·소시지 원료용으로 주로 수입했지 가정용 테이블 미트는 여전히 우리나라처럼 자국산이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경기 불황으로 소득이 감소하고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 구조 등에 심한 변화가 생기면서 수입육 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 지금까지 수입 돼지고기에 대한 이미지는 다음과 같았다.
(1) 맛이 없다?
수입 돼지고기가 국산보다 맛이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가장 큰 이유는 예전에는 ‘냉동 돼지고기’가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다. 돼지고기가 수입되기 시작한 1980년대에는 운송 중 온도관리 시스템이 아직 미흡했던 탓에 해동 시 붉은 피와 같은 육즙이 흘러나오는 ‘드립(Drip)’이 자주 발생했다. 물방울이 나오면 맛이 떨어지고, 가열 조리하면 바삭바삭한 식감으로 인해 ‘수입 돼지고기는 맛이 없다’는 이미지가 굳어져 버렸다.
하지만 현재 일본 슈퍼마켓 정육 코너에 진열된 수입 돼지고기는 한 번도 냉동되지 않은 채 식탁에 오르는 ‘냉장 돼지고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수입 총량으로는 냉동 돼지고기가 냉장 돼지고기보다 많지만, 현재 냉동 돼지고기의 90% 이상이 업소용이나 가공용이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구매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현재 수입 돼지고기의 대부분이 훨씬 더 품질이 좋고 일본인이 선호하는 맛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가공품으로 먹는 경우가 많은 북미나 유럽과 달리 정육부터 조리하여 돼지고기 자체의 맛을 평가해 주는 일본 시장에 주목한 업계 관계자들은 1990년대부터 대일용으로 품질이 좋은 돼지를 선별하기 시작했고, 2010년경부터는 돼지의 품종이나 사료 내용 자체를 일본 사양에 맞게 개량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한 선구자적인 존재가 캐나다 최대 규모의 돼지고기 생산업체인 하이라이프이다. 그리고 지금은 일본이 세계 1위의 냉장 돼지고기 수입국이 되면서 업계 전체가 일본인이 선호하는 돼지고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냉동 돼지고기에 대한 이미지가 강했던 분들도 지금의 냉장 돼지고기를 한번 먹어보면 그 품질의 우수성과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수입 돼지고기는 생산자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고, 어떤 사육 환경에서 어떤 사료를 먹고 자랐는지 알 수 있는 정보가 없다는 점이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는 국산 돼지고기에도 마찬가지다. 생산자의 얼굴과 이름을 알았다고 해도 그 돼지의 사육 환경이 적절한지 아닌지까지 알기 쉽지 않다. 사료회사에서 사료를 구입하는 경우, 그 곡물이 어느 나라에서 어떻게 재배되고 수확되었는지까지 파악하는 생산자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이라이프 포크는 이러한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종돈 개발부터 사료 배합, 양돈, 가공, 유통까지 자체적으로 일원화하여 관리하는 ‘일관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돼지가 어떤 사료를 얼마나 먹었는지, 어디서 키웠는지 등 세세한 정보까지 모두 기록해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 기록을 추적해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3) 신선도가 떨어진다?
아침에 수확한 채소, 방금 잡은 생선처럼 일반적으로 신선한 것이 더 맛있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수입 돼지고기는 운송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돼지가 도축된 후 슈퍼에 진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따지면 국산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수입 돼지고기는 습식 숙성(진공 포장한 상태에서 고기를 숙성시키는 방법)을 통해 운송 중에 천천히 숙성되어 맛 성분인 아미노산이 증가하고 육질도 부드러워진다. 신선한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고급 수입육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하이라이프 포크가 우리나라에도 수입되고 있다. 마트에서 삼겹살 1kg 이 13,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니 우리 한돈 삼겹살의 반값 정도라고 보면 된다. 하이라이프 포크 홈페이지에서 그들이 선전하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하이라이프 포크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맛있는 돼지고기를 만들기 위해 품종부터 사료, 그리고 사육 방식까지 철저하게 ‘일본’을 고집하고 있다. 하이라이프 포크는 캐나다에서 자란 삼원돼지, 맛있는 돼지고기를 만들기 위한 키워드인 ‘품종’, ‘생산 환경’, ‘사료’를 철저하게 추구하고 있다. ‘품종’은 엄선된 종돈에서 태어난 삼원돼지. ‘생산 환경’은 스트레스가 적은 환경에서 여유롭게 사육하고, ‘사료’는 돼지의 지방을 맛있게 만드는 밀과 보리를 중심으로 하이라이프의 영양사가 독자적으로 배합한 사료를 먹여 키우고 있다. 또한 하이라이프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일관생산’의 실현이다. 종돈 개발부터 양돈, 가공, 유통까지 일원화하여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현지에는 일본인 스태프도 상시 상주하여 안심・안전・안정된 품질로 맛을 약속하는 안심・안전・안정된 품질을 실현하고 있다.】
하이라이프 포크 등 지금까지와 다른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해 들어오는 수입육과의 또 다른 경쟁을 준비해야 할 때다.
■ 한돈의 가치, 차별화와 마케팅을 고민한다.
필자는 성수동의 한돈데이 팝업스토어 행사장에 가봤다. 보랏빛 소에 나오는 더치 보이 마케팅을 보는 것 같았다. 더치 보이 페인트, “더 힙 키드 온 더 블록”을 소개한다. 솔직히 Dutch Boy Paint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페인트를 자주 구매하는 사람이 아니다. 집주인도 아니고 방에 페인트를 칠해본 적도 없으니까. 하지만 이미 Dutch Boy Paint의 팬이고, 첫 번째 집을 구입하고 페인트를 칠해야 할 때 이 회사의 페인트를 구매할 것이다. 왜 그럴까?
지루하고 솔직히 끔찍하게 디자인된 물체인 페인트 캔을 훨씬 더 좋고 사용하기 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렌지 주스 용기에 있는 것과 같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손잡이,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는 뚜껑(더 이상 드라이버의 마법이 필요 없음), ▲캔에 따르기 쉬운 주둥이를 추가하여 흘리지 않고 따를 수 있는 세 가지를 추가하여 이 작업을 수행했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제작한 재미있는 동영상(https://youtu.be/xZPmM0mI-5s?si=tqmkY-al6II6RAgN)을 소개한다.
더치 보이라는 페인트 회사가 페인트의 색이나 기능은 그대로 두고 포장 용기만을 변경해서 히트를 한 사례다. 2002년 출간된 퍼플카우에 나오는 마케팅 사례다. 마케팅 차별화에서 더치 보이 페인트의 성공 사례를 종종 이야기하지만, 이제는 패키지만 바꿔서 마케팅하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 장안에 화제가 되는 넷플릭스의 흑백 요리사에서 눈을 가리고 오직 맛만으로 세프들의 요리를 평가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파인 다이닝급 세프들의 음식을 눈을 가리고 오직 맛으로만 평가하는 건 사실 말이 안 되는 평가 방법이다. 특히 식당에서 맛은 30%, 분위기 70%라고 말한 백종원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나와 오직 맛 100%로 음식을 평가하는 건 아이러니하다.
우리 시대에 많은 식당 특히 한돈 삼겹살 식당들이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에 더 집중하고 고기의 맛에 큰 관심이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는데, 아마도 흑백 요리사를 통해 조금의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 이제 한돈도 맛에 집중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고 맛있는 한돈이 되어야 살아남는다. 거기에 가격까지 합리적이어야 한다. 우리 한돈산업은 태생적으로 소고기의 값싼 대체재로 박정희의 산업화 정책의 실현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쌀밥과 고깃국을 값싸게 공급해야 한다는 정책과 미국의 남아도는 옥수수의 소비방안으로 발전한 구조였는지도 모른다. 이제 재벌이 해외에서 직접 고기를 수입해 와서 자신들의 마트나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새로운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개되고 있다. 앞에서 말한 캐나다의 하이라이프 포크도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제 한돈이 살아남은 방법은 스페셜티한 품종의 차별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흑돈, 난축맛돈 같은 한국형 신품종 돼지의 보급과 버크셔같이 해외의 공장식 축산에서 안 키우는 돼지품종에 대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건 품종×사료×사육방식×숙성이다. 다시 말해 이 네 가지의 차별적 요소를 찾아야 한다. 이미 돼지고기의 숙성은 우리나라가 원조국이다.
이베리코 돼지 이상의 재래돼지가 보존되어 있다. 산악 지형을 이용 도토리나 밤 사료 생산도 가능할 것이다. 사육두수 1,000두 내외의 한국식 가족 농장 운영도 가능하다. 그럼 버크셔 등 스페셜티한 돼지품종 사육의 최적 규모 농장 운영이 가능하다. 지산지소 판매로 판로를 개척하면 된다. 디지털 강국이고 우리에는 마켓컬리와 쿠팡이 있다. 스페셜티한 품종의 농장 브랜드 돼지고기를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통해 판매하면 된다.
필자는 버크셔가 새로운 전쟁의 재블린이 되고 우리 흑돈이 드론 폭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송학농장의 재래돼지를 5만두쯤 확대해 나가면 아마 진짜 재래돼지가 헝가리 망가리차처럼 될 수 있다(멸종되던 망가리차 개체수가 늘어나 이제 수출도 하기 시작했다). YLD, LYD는 국내 개체수를 줄이고 캐나다나 멕시코 같은 나라에서 키워서 해외에 수출하고 삼겹살 등 필요 부위만 수입하면 된다. 이제 한돈 농가들이 동인도회사같이 해외 한돈 생산기지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국인이 안전·안심하고 키운 돼지는 또 다른 한돈이다.
■ 필자 유튜브 : 「고기만」 또는 「meat1000」을 검색하면 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4년 11월호 95~100p 【원고는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