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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사시설 리모델링의 방향(한돈미디어 23년 6월호)

박 종 대 대표 / 케이이피씨(KEPC)

1. 들어가며

 

어떤 일이든 행위가 있으면 결과가 따르게 마련이고, 그 결과는 새로운 원인이 되어 또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결과는 또 다른 원인이 되는 인과관계의 순환고리가 형성된다. 어떤 행위의 결과는 이로울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다. 따라서 그 행위가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것인지 또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1995년 즈음 우리나라 양돈시설에서의 화두는 무창돈사, 주간관리(배치시스템)이었었다. 무창돈사-주간관리의 핵심적인 내용은 온도관리, 위생관리, 업무의 효율화로 표현되었다. 약간의 논쟁이 있었고 사람들은 선택하였다. 소수의 농장이 무창돈사, 배치(Batch)시스템을 선택하였고 그보다 조금 많은 농장이 무창돈사 흉내를 냈었고 다수의 사람이 개방돈사, 연속 사육시스템을 선택하였다. 2023년 현재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고 그 성공과 실패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고 있는가?

 

2. 그룹관리-배치(Batch)시스템

 

(1) 농장 신축 또는 리모델링 계획 시 운영체계 선택

농장의 신축 또는 리모델링 계획에서 첫 번째 과정은 운영체계의 선택이다. 양돈농장의 운영체계는 그룹관리-배치시스템으로 정리된 사항으로 더 이상의 논란이 필요하지 않다. 단지 현재 운영하고 있는지, 아직 실행하고 있지 못한지의 문제만이 존재한다. 아직 실행하고 있지 못하다면 하루라도 빨리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것을 권장하며, 그룹관리-배치시스템의 몇 가지 핵심적인 사항을 언급한다면 다음과 같다.

 

돼지는 규칙적인 생리적 주기를 갖는 동물이다. 이러한 돼지의 특성을 이용하여 공장에서의 제품생산과 같이 계획적으로 돼지를 생산하기 위한 운영체계를 그룹관리 또는 O주간관리라고 한다. 그룹관리의 가장 큰 장점은 돈군의 크기를 규격화하여 규칙적인 생산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룹관리는 교배, 분만, 백신 등 사양관리 활동이 규칙적으로 집약되는 효과가 있고, 특히 돈군의 격리를 통하여 농장의 위생 수준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일령에 맞는 환경관리, 사료관리가 가능해지는 등 그 장점이 무수히 많으며, 계획적으로 농장을 운영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그룹관리의 형태는 21, 10, 7, 5, 4그룹 관리(1, 2, 3, 4, 5주간 관리)가 있다. 특별하게는 10, 20, 30일간 관리가 있다. 여기서 7그룹, 3주간, 20일간 관리는 동일하게 생각하면 된다. 이 중에서 현재 농장의 시설 현황에 따라 적합한 관리체계를 선택하면 된다.

 

(2) 그룹관리를 하기 위한 몇 가지 원칙

그룹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농장주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모돈의 생리주기는 이유로부터 재순환한다. 따라서 그룹관리를 운영하기 위한 핵심 열쇠는 이유의 동기화이다. 둘째, 모돈에 대한 미련은 그룹을 깨뜨리게 된다. 특히 그룹간 간격이 멀수록 한번 깨진 그룹을 회복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도태와 여유 있는 후보돈 확보가 그룹관리 운영의 핵심 요령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흔히 간과하고 있는 것이 전산기록이다. 전산기록은 그 자체로 많은 의의가 있지만 돼지 사육계획서를 수립한다는 의미에서 그룹관리의 필수요소이다.

 

특히 농장의 규모가 클수록 그 의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모돈관리를 그룹관리로 하면서 분만-자돈-육성-비육 단계에서 올인 올 아웃 관리를 하는 것을 배치시스템이라고 한다. 여기서 올인 올 아웃의 의미는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올인의 의미이다. 비슷한 일령의 돼지가 1개의 돈방에 입식함으로써 최적의 환경관리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돈사의 규격에 맞는 돈군의 규모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적정 사육밀도를 유지하기 힘들게 되고 결국 밀사에 의한 피해나 온도관리 실패에 의한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그룹관리는 올인 올 아웃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 둘째, 올 아웃의 의미이다. 올 아웃은 다음 돈군과의 접촉을 방지함으로써 질병의 수평전파를 차단하는 것이다. 만일 돈사가 올 아웃 되는 계기가 없다면 각종 전염성 질병이 돼지에서 돼지로 대물림되면서 농장이 운영된 이래로 농장에 들어온 모든 질병이 잠복하게 된다.

 

여기서 올 아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올 아웃의 가장 큰 의미는 질병 전파의 예방이다. 이는 돼지의 접촉에 의한 질병의 전파뿐만이 아니고 돼지의 배설물과 축적된 먼지에 의한 접촉, 돈사 내 쥐, 파리, 바퀴벌레 등에 의한 전파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돼지가 빠져나가고 난 후에 철저한 수세, 소독, 건조, 구서 및 구충 활동의 일상적 진행을 의미한다. 또한 작업자의 돈사간 이동에 의한 질병 전파를 예방하기 위한 일련의 방역체계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올인 올 아웃을 가능하게 하는 돈사 시설방식이 배치시스템이다. 이 방식은 전 돈군을 그룹 단위로 관리하기 위하여 완벽하게 돈군 단위로 돈사를 나눠놓는 방식이다. 최근에 소모성 질병의 피해를 극복하고자 일괄사육 돈사에 인큐베이터와 돈사 칸막이벽 설치를 통하여 올인 올 아웃이 가능하게 리모델링 하는 것도 배치시스템으로의 전환하는 방식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림 1)에 모돈 300두 농장의 돈군 순환도를 참고하여 내 농장의 돈군 순환도를 그려볼 수 있다. 교배사, 임신전후기사는 하나로 묶을 수도 있고 이유 후 돈사는 그림의 4단계뿐만 아니라 2단계 또는 3단계를 선택할 수도 있다.

 

 

 

(사진1) 예는 충북 옥천에 소재한 농장을 리모델링 한 사례이다. 리모델링 이전에 모돈 100두 운영 규모 8개의 농장이 모여있는 단지의 형태였으나, 한 개의 농장으로 통합하여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변경하여 모돈 900두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이 농장은 주간관리(21그룹 관리)를 채택하고 있으며 3주 포유, 이유 후 4단계 이동의 운영형태를 갖고 있다.

 

3. 돼지의 행동 습성에 근거한 돈방의 형태

 

돼지 그 자체는 오랜 세월 동안 주변 환경의 변화에 길들어 온 진화의 산물이다. 즉 돼지는 다른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환경으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기능들이 체질화되어 있고 본능화되어 있으며 습성화되어 있는 능동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울타리에 가두어진 돼지는 자신을 불편하게 하고 해롭게 하는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행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돈사는 돼지의 행동과 습성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1) 돈방의 구성 부분 및 농장 적용

돈방의 구성 부분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잠자리 또는 보온구간으로 표현되는 휴식공간이고, 두 번째 부분은 똥자리 또는 오염구간으로 표현되는 배설장소이며, 세 번째 부분은 섭식 활동과 이동공간인 활동공간이다. 돼지가 돈방에 들어가게 되면 급이기와 급수기의 위치는 고정되어 있으므로 섭식 활동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이 돼지의 선택으로 잠자리와 똥자리로 나뉘게 된다. 활동공간은 돼지의 이동과 활동이 활발한 공간으로 돼지가 휴식하기에는 대단히 불편하므로 잠자리로 선택되지 않는다.

 

 

(사진 2)는 5mx6m 크기의 돈방으로 급이기가 돈방의 정중앙에 설치되어 있는 모습이다. 급이기로부터 체장의 1.2배의 공간은 잠자리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급이기를 중심으로 직경 3m의 공간은 돼지가 휴식할 수 없는 공간이 된다.

 

(사진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러한 돈방에서 돼지는 돈방의 테두리를 따라 잠자리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돈방에서 돼지는 정상적인 군집 활동을 통한 체온조절 기능이 방해되고 이로 인하여 사시사철 호흡기 관련 질환을 앓게 된다. 또한 불필요한 공간이 늘어나게 되어 정상적인 사육밀도를 유지하기 어려우며 효율적인 배변공간 형성에도 제약이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돈방을 설계하면서 돼지의 능동적인 사료섭취 활동을 망각하고 단지 사료를 편히 먹게 하려고 급이기를 돈방의 가운데에 두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3)은 벽면쪽으로는 콘크리트 바닥의 잠자리이고 가운데 통로쪽으로는 콘슬라트인 똥자리로 전형적으로 거꾸로 설계된 돈사의 형태이다. 리모델링 이전에 각 칸은 나뉘어 있었으며 잠자리 쪽인 측면벽으로 항상 냉기가 흐르기 때문에 잠자리가 콘슬라트쪽인 통로쪽으로 형성되고 잠자리 쪽으로는 분뇨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사진 3)은 돈방 4개를 콘슬라트쪽 콘크리트 칸막이만 철거하여 다두사육 형태로 리모델링한 후의 돈방 사진이다. 리모델링은 콘슬라트쪽을 이동공간이 되도록 하여 벽쪽의 냉기에 의한 불편함보다 콘슬라트쪽의 돼지 이동에 의한 불편함이 크도록 하여 잠자리를 벽면쪽 콘크리트로 이동시키고 냉기에 의한 불편함은 사육밀도 증가 및 관리온도 상승으로 극복하려 하였다. 돼지가 활동 중이라 불명확해 보이지만 돼지 체표가 깨끗한 것을 보면 벽면쪽에 잠자리가 완벽해진 것을 볼 수 있다.

 

4. 마치며

 

참고로 이 돈사는 리모델링 이전에 300두를 입식(농장주 의견 : 300두 이상을 입식할 수 없었다)하여 약 30%의 폐사를 보이던 돈사이지만 보강대 설치비와 칸막이 철거 비용을 제외한 추가적인 비용 없이 450두를 사육하고 있으며 동일한 위생 상태에서 폐사율은 약 1%를 나타내었다.

 

앞에서 소개한 사례에서와 같이 휴식공간(잠자리)이 완벽하게 형성되고 배변공간(똥자리)이 최소로 형성되는 돈방의 구조가 확보되면 전면 콘슬라트와 동일한 사육밀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돈사는 돼지의 둥지다’라는 생각을 하고 돼지가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6월호 90~95p 【원고는 ☞ Kepc@hanmail.net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