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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농장 전염병 유입, 급소(急所)를 막아라!

신 현 덕 원장 / 신베트동물병원

세상만사 맥을 잘 잡아야 일이 제대로 된다. 농장 차단방역도 마찬가지이다. 정작 방어에 집중해야 할 급소 보호는 소홀히 해서는 마치 전쟁과 같은 방역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급소를 바이탈 포인트(vital point), 핵심(key) 포인트로 부르는 이유가 된다.

 

전국 모든 양돈장에 대한 8대 방역시설 의무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정부와 농가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시도, 지역, 개별 또는 축산단지, 지형 및 다양한 특수성이 있으므로 모든 농가에 대해 천편일률적으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현장 상황을 잘 몰라서 나온 정책이라는 것이다. 방역시설 의무화 규정에 맞도록 공사를 하려면 농가 부담 비용이 많고, 또한 완벽한 방역 기대효과에도 의문점이 남기 때문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양돈장 방역 급소는 농장 위치와 입지에 따라 큰 영향을 받으므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산간, 평야, 강변 또는 해안지대 등 어느 곳에 농장이 위치하는가? 인구와 차량 통행이 잦은 곳인지, 도축장이나 사료공장과 가까워서 축산 관련 차량 통행이 빈번한 곳인지, 축산 밀집 지역인지 고려해야 한다.

 

축산분뇨 처리시설에 인접한 곳인지, 야생동물이 많은 지역인지, 철새와 관련이 많은 지역인지, 황사 발생이 높은 지역인지, 일조시간이 짧은 지형 또는 통풍이 불량한 분지인지와 같은 다양한 상황에 따라서 급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농장이 위치하는 지역과 지형에 따른 사정을 고려하여 적절한 방역시설을 차별화하여 갖추는 것이 차단방역을 더욱더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다.

 

1. 전염병이 발생하는 이유

 

이런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전염병과 방역에 대한 기본적 원리를 이해하여 힘과 지혜를 합치는 것이다. 방역은 제2의 국방이란 말은 타당하다. 어느 한 지역, 한 농장이 병원체에 뚫리면 방역 전선이 무너지는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전염병학 원리를 이해하고 실행해 나가면 방역·위생 급소를 강화할 수 있다. 전염병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전염병에 쉽게 걸리는 감수성이 높은 돼지가 있기 때문이다.

병원체는 감수성 높은 돼지를 먼저 감염시키고 병원체 수를 증식시킨다. ASF 같은 특정 법정전염병 발생 시 일정 범위 내 돼지를 살처분하는 이유는 감수성 높은 돼지를 사전에 제거하여 감염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것이다. 효능이 좋은 예방백신 개발은 면역력을 높여 감염을 막아주는 유효한 수단이다.

 

(2) 감염력 있는 병원체가 있어야 한다.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기생충 같은 병원체가 있어야 앞서 말한 감수성 높은 돼지를 감염시킬 수 있다. 병원체를 살멸시키는 소독은 병원체를 없애거나 감염력을 상실하게 하는 수단이므로 방역·위생의 핵심 요소가 된다.

 

 

항병력이 높은 돼지를 감염시키려면 병원체수도 그만큼 더 많아져야 한다. 그래서 돼지의 항병력을 키우거나 병원체수를 줄여 감염을 어렵게 하는 것이 방역·위생 관리의 기본이 된다. 돈사 청소와 환기를 시키는 것도 따지고 보면 돈사 내 병원체수를 줄여 감염 기회를 낮추는 중요한 작업이 되는 것이다.

 

(3) 감염경로가 있어야 한다.

감염경로는 감염력 있는 병원체가 감수성이 높은 돼지에게 가는 길이다.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수단을 차단방역이라고 하는 것이다. 전염병에 따라서 감염경로가 다르거나 차이가 난다. 급소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전염병을 통제할 것인지 목표를 정확히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국가적 상황으로 보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방역이 1차 목표가 된다.

 

한편 각자 농장에서 보면 당장 피해를 주고 있는 PRRS, PED, 인플루엔자, 흉막폐렴, 돈적리, 회장염, 삼출성표피염, 클로스트리듐장염, 식미증 등이 발등의 불에 해당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방역·위생 목표대상을 보는 시각의 차이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본다.

 

2. 전염병이 전파되는 감염경로

 

전염병이 전파되는 감염경로를 아는 것은 방어 급소를 아는 셈이니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① 직접 접촉 전파 : 병원체를 배설하는 돼지와 감수성 높은 돼지가 접촉할 때 전파된다. 모든 전염병에서 가장 강력한 전파경로가 된다. 비육돈 위탁사육 농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현상인데, 기존 돈군이 타 농장에서 새로운 돼지가 전입되는 경우 직접 접촉 기회가 생긴다.

 

비위생적 종돈장에서 도입된 후보돈을 격리하고 순치시킬 돈사가 없는 경우 아주 위험한 직접 접촉의 빌미가 된다. 떨이돼지 구입으로 인한 직접 접촉 전염병 발생사례는 거의 사라졌지만 여전히 남아있다. ASF 전파의 주된 경로가 된다. 코-코(nose to nose) 접촉, 분뇨-입(feco-oral) 접촉이 대표적인 직접 접촉 경로가 된다. 감염 의심돈을 색출하고 격리하여 원천적 차단하는 것이 급소 방어의 기본이 된다.

 

② 정액 전파 : PRRS, 오제스키, 파보, 돈열, 일본뇌염, 브루셀라, 렙토스피라 등이 정액을 통해 전파되는 전염병이다. AI센터 청정화가 중요하므로 국가에서 정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정액 공급 농장의 번식성적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여름철 정액 품질관리는 매우 의미가 있다.

 

③ 공기 전파 : 구제역, 인플루엔자, PRRS, 유행성 폐렴 등이 공기로 전파된다. 축산단지, 과밀사육 지역은 차단방역상 한계가 있다. 축종이 다르더라도 농장간 이격 거리 확보가 필요하다. 방역원칙을 무시한 무분별한 축사 신축 허가는 공멸로 가는 무책임 행정이다. 구제역은 우제류 공통 감염병이다. 돼지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가금류나 철새 등 조류 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 재조합될 수도 있다.

 

미국 등 축산선진국에서는 축사 입기구에 바이러스 필터 장치를 설치한 농장도 증가하고 있다. 농장 규모가 초대형화되면서 방역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종축장 등에서는 공기 전파를 차단할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④ 사람 전파 : 오염된 농장을 출입했던 사람에 의한 전파경로이다. 국내 양돈장에서는 사람에 의한 전파 차단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된다. 특히 농장과 농장을 오가는 축산 관련인의 차단이 필요하다. 이때 적용되는 것이 다운타임(down-time)이다. 전염병에 따라서 다운타임, 다시 말하면 일정 시간 내에는 타 농장에 가는 것을 제한하는 제도이다. 다운타임 준수와 더불어 농장 진입 시에는 샤워 실시, 위생복, 전용 장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기본이 된다.

 

소규모 농장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출하돈 선별, 백신접종 용역, 해충방역, 공사 관련 인부들에 의한 감염 의심 사례가 발생한다. 중규모 이상 농장에서는 사람 전파사례는 드문 것으로 보인다.

 

⑤ 차량 전파 : 축산 관련 차량의 차단방역이 중요하다. 현재로서 가장 심각한 급소가 차량 전파 부분이다. 특히 자돈 운반, 돼지 출하, 분뇨수송 차량이 결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급소에 해당한다. 최근 다발하고 있는 유행성설사(PED)는 대부분 역학적으로 출하차 출입과 관련이 있다. PED 발생농장 차량이 출입한 도축장에 다녀온 출하차가 내 농장에 진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육돈이 설사를 시작하고 번식돈사로 전파되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겨울철에는 도축장과 주변 세차장 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철저한 소독과 다운타임을 두고 타 농장에 진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용 출하차량을 둘 수 있는 농장도 매우 제한적이다. 자돈 운반차량은 본장에서 본인 비육장 또는 위탁사육장으로 자돈을 운반하는 차량인데, 이 차량도 대부분 출하차량이 맡는 현실이다. 돼지 수송차량에 대한 방역·위생 강화 프로그램이 실제적인 급선무로 보인다.

 

농장을 출입하는 사료차량은 공장, 물류센터, 농장 입구에서 다단계 소독을 거치므로 상대적으로 전파사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능하면 농장 펜스 박에서 사료빈으로 사료를 부을 수 있도록 주변 도로와 급이시설 위치 조정이 요구된다.

 

⑥ 사료/물 전파 : 대장균, 살모넬라, 클로스트리듐, 곰팡이 등 소화기질병이 이 감염경로를 통해 전파된다. 습식 급이기에 오염된 발을 담그거나 침을 흘리고 똥을 싸는 경우가 많으므로 방역·위생 관리의 급소가 되는 부분이다. 과밀사육 여부, 돈방 바닥 형태에 따라 시한 정도가 다양하다.

 

⑦ 돈분/깔짚 전파 : 회충, 콕시듐, 대장균, 연쇄상구균, 포도상구균 등이 있다. 충분히 발효되지 않은 돈분과 깔짚을 밭에 뿌리는 경우 전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⑧ 야생동물 전파 : 농장 주위 펜스, 방조망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ASF, 구제역, PRRS, PED, 인플루엔자, 돈열, 살모넬라, 렙토스피라병을 전파한다. ASF 때문에 더욱 강화된 차단경로가 되었다. 멧돼지, 까마귀, 비둘기, 까치, 참새 등 야생동물이 농장 펜스, 돈사 안으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시설이 요구된다.

 

 

⑨ 파리/모기 해충 전파 : ASF, 돈열, 일본뇌염, PRRS, PED, 살모넬라균 등이 전파된다. 파리나 모기 같은 해충은 병원체 전파자 역할을 하므로 농장 내에서 서식하지 못하도록 원천적인 차단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농장마다 파리, 모기의 유충 단계에서 살멸하고, 해충이 꼬이지 않도록 폐사체 등 유기물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3. 양돈장의 방역·위생 수단 평가

 

 

내 농장의 감염경로를 세밀하게 분석하여 방어가 필요한 급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양돈장 방역·위생 수단 평가도 참고로 해보면 도움이 된다. ASF, 구제역만큼이나 상재 전염병에 대한 방역·위생도 유념해야 한다.

 

양돈장 방역·위생 원칙의 핵심은 격리를 통한 차단, 청결과 세척, 소독과 선제적 조치이다. (표 1)에서 제시하는 방역·위생 수단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고 내 농장에서 강화되어야 할 부분을 찾아보자. 위험감축 효과, 신속 적용 가능성, 소요 비용 등을 검토하면서 적용해야 할 우선순위를 정해보자.

 

월간 한돈미디어 2022년 5월호 58~63p 【원고는 ☞ shdoink@hanmail.net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