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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미디어 23년 10월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2050년 단백질 위기 극복을 위한 한돈산업 대처 방안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건국대학교 미트컬쳐비즈랩
건국대학교 식품유통경제학과 겸임교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고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어 정치 이념에 따라 양분된 의견으로 시끄럽다. 정부는 안전하다고, 안심해도 된다고 선전을 하고 있다.

 

안전(safety)과 안심(peace of mind)이란 말이 등장한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닥치는 여러 형태의 위험(risk)에 반대되는 말의 뜻이며, 매일의 생활에서나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을 경감시키기 위한 기준으로 사용한다. 두 단어는 개념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사전에는 “안전(安全)이란 탈이나 위험성이 없음”을 의미하여 물리적인 상태를 의미하고 있다. 한편 안심(安心)이란 “걱정이 없이 마음을 편안히 가짐”의 뜻으로 풀이하여 마음, 다시 말하면 정신적인 면을 부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안전과 안심은 물리적, 심리적 상태에서 편안함을 의미하는데 두 단어의 바탕을 이루는 기본기준은 크게 다르다.

 

안전이란 과학에 바탕 한 뚜렷한 기준으로 대상의 상태가 설정된 기준에 합당한지를 판단한다. 이때 안전기준의 설정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며 객관적으로 다른 이의 없이 결정할 수 있다. 안전은 법적으로 정한 한계가 있으며 이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한 기준이다. 이 기준은 어떤 다른 외부변수에 따라서 변하는 것이 아니다. 절대기준이며 법규가 변경되지 않는 한 모든 경우에 똑같이 적용된다.

 

그러나 안심은 어떤가.

마음의 상태이다. 사람마다 안심의 기준이 다르다. 심리적인 판단기준이다. 정부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이야기하는 건 절대기준이고, 각자가 판단하는 마음속 기준은 각기 다르다. 외형이나 냄새, 그리고 조직 등을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여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고 안심, 혹은 믿지 못하겠다고 판단한다. 심리적인 판단이다. 이와 같은 심리적 판단은 절대기준인 안전기준과는 꼭 일치할 수가 없다.

 

가난하고 배고팠던 시절을 산 세대에게는 식품에 대한 안심 기준은 느슨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하면 기아 상태에 있을 때는 먼저 굶주림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설혹 안심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거부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극한 상황에 처한 아프리카 몇 나라에서는 우리 기준으로는 오염된 식수를 먹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있는데 이는 안전을 넘어 안심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압축 성장의 고속 경제 성장을 한 우리나라는 배고픈 보릿고개를 체험한 세대와 선진국에서 성장한 MZ 세대의 안심에 대한 기준치가 다르다. 문제는 먹거리에 관해서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면 소비가 줄어든다.

 

 

일본의 수산물 소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상당히 감소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로 집에서 요리 시간이 줄어들어서 생선 소비가 줄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 연안의 수산물에 대해서 믿음이 안 가고 안심할 수 없어서가 아닐까? 여야가 단합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홍보를 했다면, 사람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에도 수산물을 안심하고 소비했을지도 모른다. 바다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에 대해서 비록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해도 심리적으로 안심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2050년 단백질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이나 일본은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구가 늘어나면 당연히 그만큼 식량을 생산해야 하는데, 만약 식량 생산이 인구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사실 그 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단백질 생산에 문제가 있어 2050년 단백질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단백질 위기는 인구에 대한 단백질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일컫는 말로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큰 사회적 이슈로 꼽힌다. 2020년 기준 세계 인구는 77.9억명으로 추산된다. 유엔의 인구 예측에 따르면 2030년 85억명, 2050년 97억명, 2100년 108억명으로 당분간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인구 대비 단백질은 얼마나 필요할까? 인간이 필요로 하는 단백질은 체중의 1/100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체중 50kg인 사람이라면 하루 50g의 단백질이 필요하다. 2050년 단백질 위기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육류 소비량이다. 현대인의 식생활에서 단백질 섭취는 육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인구가 증가하고, GDP가 성장하고, 식생활이 개선되면 육류 소비량은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기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가축에게 먹일 곡물 사료가 필요하다.

곡물 생산을 늘리려면 새로운 토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산림을 개간해야 하는 등 환경훼손이 필연적이다. 지속할 수 있지 않다. 육류 생산에 한계가 있으므로 대체육, 배양육, 곤충 등의 해결책을 찾고 있다.

 

소와 돼지는 사료 전환 효율이 낮아서 이대로는 단백질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사료 전환 효율이 높은 동물 단백질의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토지나 사료가 거의 필요 없는 새로운 단백질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배양육이다. 배양육은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어 보급까지 5~10년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것이 곤충식이다. 곤충은 영양이 풍부하고 맛도 좋으며 사육 시 환경 부담이 축산업보다 훨씬 적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지탱하는 미래 먹거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보다 곤충은 온실가스 감축률이 28배라고 한다. 곤충은 다른 가축에 비해 1kg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사료와 물의 양이 압도적으로 적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일정한 환경 조건만 갖추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생산할 수 있으므로 대규모 토지가 필요하지 않다. 새로 땅을 개척하지 않고도 기존 건물이나 유휴지 등에서 사육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축산으로 인한 온실가스도 곤충의 배출량은 적고, 소나 돼지 등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률은 무려 28배에 달한다. 곤충은 가축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압도적으로 낮다. 환경과 경제 양면에서 모두 이점이 있고, 영양소를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곤충은 지속 가능한 식생활 스타일 구축에 적합한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곤충식 시장은 더욱 활성화되고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음식 쓰레기 등을 활용한 가축 사료용 곤충 사육산업의 활성화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미래 식용 곤충식 개발 투자 자금이 확보된다면 소, 돼지, 닭을 사육하는 전통 축산의 주체인 생산농가들이 식용 곤충산업이라는 미래 축산의 주역이 될 수 있다.

 

인류는 세계 대전 이후 공장식 축산의 도입 등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인류 역사상 가장 값싸게 육류를 즐길 수 있었다.

이념적으로 대립했던 시절 고기는 곧 이데올로기였다. ‘이밥에 고깃국을 인민에게 배불리 먹이는 것’이 혁명의 공약이 되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 양돈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은 이 이념 대립에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한돈의 사회적 역할은 비싸고 공급이 부족한 한우고기의 대체재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값싼 육류의 공급은 국내산 돼지고기가 아니어도 충분한 시대다. 수입 소고기, 수입 돼지고기를 마음대로 수입할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아니 곧 대체육이나 배양육이 단순한 영양소로의 단백질 시장에 등장할지도 모른다.

 

식물 단백질을 대체육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가짜(fake)다. 대체육, 대체 단백질과의 경쟁을 염려하는 한돈업계의 염려가 있는데 한돈산업의 일차적인 경쟁상대는 닭고기가 될 것이다. 대체육이 거창하게 등장했지만, 우리에게는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두부나 콩고기의 현대적인 형태 정도이니 고기를 먹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시장이다. 비건이 되는 건 이념이고 신념을 가져야 한다. 반면 고기를 먹는 건 본능이다. 이념과 신념이 본능을 이길 수 없다. 물론 소수의 사람은 예외겠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고기하면 투뿔 한우 등심이나 삼겹살을 의미한다. 닭고기도 우리는 닭 한 마리를 통닭으로 먹는 나라이다. 미국에서 대체육이나 배양육에 관심이 높은 건 그들의 육류 소비가 햄버거 패티 같은 갈은 고기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은 소고기의 40~50%를 갈은 고기로 소비한다. 대체육이나 배양육은 갈은 고기 형태로는 만들거나 치킨 너겟 정도는 가능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투뿔 한우나 삼겹살까지 기술이 개발되려면 아주 얼마나 먼 미래가 될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양돈 기술 선진국이지만, 덴마크나 네덜란드처럼 세계적인 돼지고기 수출국이 되지는 못했다.

구제역, 수입 사료 의존과 토지 비용 등 생산비 인상 요소가 너무 많다. 이제 국내 인구가 저출산으로 줄고 고령화로 삼겹살 소비가 둔화하면 한돈산업의 규모도 서서히 줄어들지도 모른다. 배양육 산업을 미래의 축산이라고 생각하고 메이저 한돈기업이나 조합들이 배양육 산업에 투자해서 세계적인 수준의 배양육 기술 보유국이 된다면, 기술 특허나 배양육 기술 설비 수출만으로도 미래 먹거리가 충분하다. 한돈농가들은 한돈 메이저 브랜드의 주주로 참여하면 이익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

 

배양육이 지금은 생산비가 비싸서 상용화가 어렵다. 아니 생산비가 전통적인 축산물과 같아지거나 싸져도 고기가 가지는 사회적 지위나 심리적 요소를 충족시킬 수 없어서 쉽게 사회적 인정을 받기 어렵다. 또한 단순히 배양육을 만들기 고기만큼 맛있는 배양육을 만드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고기 세포는 배양육으로 풍미 가득한 지방은 돼지 지방으로 하이브리드한 단백질 식품을 만들 수 있다면 시장안착이 더 쉬워진다. 그리고 이런 하이브리드한 단백질 식품의 수출도 가능하다. 그럼 우리나라가 덴마크나 네덜란드 아니 미국이나 독일 스페인처럼 돼지고기 하이브리드 단백질 식품의 수출 강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2050년 우리 다음 세대는 미래 축산 강국 대한민국을 살아갔으면 한다.

배양육 산업을 다른 식품이나 재벌기업이 참여해서 우리의 한돈산업을 위협하기 전에 우리 한돈산업 관련 산업으로 우리 한돈산업 내에 포함해 우리의 미래 소득원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전기 자동차는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아주 다른 논리다. 전기 자동차가 발전하면 내연기관을 만들던 기업들은 다 문을 닫게 된다. 그래도 현대나 기아 등 내연기관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 자동차를 연구한다. 코닥이라는 필름회사는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지금 의과대, 치과대, 한의과대가 서울대학교 공과대보다 입시 성적이 높을 만큼 의과대에 유능한 학생들이 진학하고 있다. 줄기세포 등 배양육의 개발하기 위한 기초 과학에서도 세계 수준을 자랑한다. 이미 상당한 한돈 메이저 브랜드 기업들이 성장해 있다.

 

한우는 배양육 개발산업에 투자할 자본을 가진 기업이 없다. 하지만 한돈은 도드람양돈농협, 부경양돈농협, 대전충남양돈농협 등 양돈농가 여러분이 주인인 회사들이다. 테슬라의 초기 투자자들은 다들 부자로 산다. 이런 요소들이 배양육 기술 개발과 산업화에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앞설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다.

 

◇…◇…◇…◇

 

한돈산업을 단순히 돼지고기를 키우는 양돈산업으로 규정하지 말고 단백질 식품 공급산업이라는 큰 구도에서 본다면 배양육 산업 역시 한돈산업의 미래 영역이 될 수 있다. 국내의 돼지고기 시장은 줄어들겠지만 전 세계의 단백질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다. 그걸 세계인들은 단백질 위기라고 한다. 단백질 위기를 우리 한돈산업의 미래 기회로 잡아 보자. 앞에서 소개한 영국의 붉은 깃발법같이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 참고 : 『신동화 기고, 안전과 안심은 개념이 다르다. 식품음료신문 2019.10.21.』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10월호 103~108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