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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간의 시작(코로나 엔데믹), 한돈 품질에 대하여…(한돈미디어 23년 5월호)

최 병 식 부장 / ㈜카길애그리퓨리나 전략유통사업본부

1. 들어가며

 

‘코로나’라는 길고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생활이 제자리를 되찾고 우리의 모습도 따스한 봄 햇살과 함께 새로운 시간을 시작한다. 곳곳의 축제장과 관광지는 그간 느끼지 못한 자유를 누리려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많은 지자체는 다양한 행사로 화답하듯 우리를 맞이한다. 항상 먹거리가 넘쳤던 축제장은 다시 다양한 먹거리로 채워지고 주변 식당들은 오랜만에 봄나들이 손님을 맞이하며 활기를 찾고 있다.

 

한돈산업 사람들도 새로운 시작과 함께 한돈의 부흥을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을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전년 같은 시기보다 돈가가 높다 하지만 사료 가격의 인상, 원재료비 상승을 감안하면 생산비를 충분히 보상받는 시세가 아니다. 작년 더위에 떨어진 수태율을 고려하면 족히 6,000원/kg을 넘어야 하는데 더 올라 주지 않는다. 4월이 시작되는 시기가 되면 삼겹살 재고가 없어야 하는데 도축/가공업체의 삼겹 재고는 창고에 가득하다. 뒷다리 가격, 등심 가격의 지지로 간신히 적자는 면하고 있으나 5월부터 시작될 고돈가가 걱정이 된다. 코로나가 끝나고 새로운 시작이라 하지만 예년 같지 않다.

 

코로나가 끝나는 봄을 맞이했지만, 현재 한돈산업은 생산자/유통업체 모두 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불안함과 불확실성이 엄습한다. 이것만큼 어려운 이슈가 있을까?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자세가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는 것,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우리 산업의 기본은 아마도 생산비 절감(사양가)과 품질 유지(사양가/유통업체)일 것이다. 생산비 절감은 우리 한돈 사양가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개선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품질에 대한 부분은 이성적으로는 유지하고 개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농장의 상황, 돈가 등의 영향으로 감성적으로 느끼는 것까지는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서 한돈 유통전문가로서 한돈 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 품질에 대한 부분을 한 번 더 상기시켜 드리고 싶어 소견을 말하고자 한다.

 

2. 한돈 품질에 대하여

 

(1) 변화에 대한 인지

코로나는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먹거리는 다른 어떤 것들과 다르게 그 변화의 폭이 컸다고 생각한다. 거리두기와 자가격리로 가정 내 취식이 증가하여 신유통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였고, 이 경로를 활용한 밀키트와 가정 내 간편식 시장이 성장하였다. 돼지고기도 온라인 B2C 시장이 확대되면서 한돈 브랜드업체의 온라인 판매가 급성장을 하였으며, 수입육업체도 온라인을 통하여 일반 소비자들에게 수입육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표 1 참조).

 

 

소비자들은 항상 현명한 소비를 한다. 온라인 돈육시장의 확대는 소비자 구매패턴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의적 선택의 폭(원산지, 브랜드, 가격, 부위)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변화이다. 현명한 소비자들의 Needs(욕구)【품질과 가격을 냉정하기 비교하며, 배송시간, 포장을 확인한다. 생산일, 신선도에 민감하며 배송 형태와 포장을 확인하고 맛을 냉정하게 평가한다.】를 하나라도 만족시키지 못하면 온라인상에서 다시 선택받지 못한다.

 

한돈 新(신)시장 창출은 반가운 일이었지만 냉정하고 혹독한 필드테스트를 받게 되었다. 이러한 소비자의 판단은 한돈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는 수입 돈육도 같은 기준에서 평가한다. 국내산 한돈이라는 메리트는 없다. 수입 돈육의 가성비/가심비가 좋으면 소비자들은 그것을 선택한다. 한돈과 수입 돈육의 품질과 맛을 비교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많이 올라온다. 대부분 변별력이 없다는 것이다. 유명세가 조금 있는 인플루언서들은 상황을 고려하여 한돈의 손을 들어주곤 한다. 이러한 변화를 우리는 인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돈 판매가격과 시세의 변화이다. 연평균 돈가가 4,000원/kg대에서 5,000원/kg으로 변했다. 코로나 전의 기준으로 평균 5,000원/kg은 생각을 할 수 없는 돈가였다. 그러나 지금의 5,000원/kg은 높은 것이 아니다. 생산비 상승을 고려하면 생산 원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 마트에서 1만원대의 삼겹살이 없어졌다. 정육 전문매장을 가면 18,000원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예전의 한근(600g)일 때가 많다. 한돈의 도매 판매가격을 산정할 때 코로나 이전에는 돈가의 3배수 정도(5,000원일 때, 15,000원)를 생각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삼겹살 판매가격은 3.5배 수준으로 변했다. 마트에 가면 이제 100g에 2,500원 이하의 삼겹살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했다고 하지만, 코로나를 지나면서 한돈은 비싼 식재료가 된 것이다.

 

 

(2) 품질 인식의 제고

코로나는 소비자의 눈높이를 높였고, 수입 돈육의 경쟁력을 강화했으며, 고가(高價)로 한돈의 구매력을 떨어뜨렸다. 이런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고품질 한돈, 수입육과 차별화되는 한돈, 가격에 부합하는 품질의 한돈을 생산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이 품질로 귀결이 되고 한돈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들이다. 그런데 현재의 모습은 어떤가? 한돈의 품질이 우수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한돈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노력으로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이 한돈이 수입육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이 든다.

 

최근 33데이에 발생한 품질 이슈는 이러한 생각을 잘 대변해 준다. 우리나라의 계절적 특성과 농장 규모, 회전의 문제로 떡지방과 속지방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단 우리나라의 사육환경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시장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이런 상황을 이해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우리는 삼겹살의 판 형성, 목심 마블링, 등심 단면적을 수입 돈육과 경쟁해야 한다.

 

앞으로는 품질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사양가들도 생돈의 품질만이 아닌, 돼지고기의 품질(삼겹, 목살, 등심)까지 생각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등심, 뒷다리 등의 가격 지지로 돈가가 유지되고 있다. 글로벌시장의 변화로 현재 유지되는 부위의 가격이 무너진다면 우리나라 돈가도 하락이 예상된다. 이 시기에는 내가 키운 돼지의 지육률과 정육률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사양가들도 유통업체와 동일한 기준으로 한돈 품질을 이야기해야 한다. 생체중 115kg, 등지방 22mm 생돈 출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통업체와 긴밀한 소통으로 내가 출하한 돼지의 정육률과 지육률을 확인하고, 삼겹 판 형성과 등심 단면적, 목심 마블링까지 확인해야 한다. 정보를 취합하고 데이터화를 하면서 내가 키운 돼지의 품질이 가장 좋은 시점의 생체중, 등지방, 그리고 출하일령 등을 확인하고 사료까지 접목해 사양관리와 사육에 반영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3) 품질에 대한 노력

2020년 초, 코로나가 우리나라에 확산이 될 때 한돈산업 종사자들은 정말 많은 걱정을 했다. 외식산업 붕괴로 한돈산업도 붕괴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코로나 사태를 맞이했다. 그런데 이런 우려와는 반대로 글로벌 물류 이슈로 인한 수급 불균형, 가정 내 소비증가로 고돈가가 유지되어 사양가나 유통업체 모두 이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이때는 품질이 높은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품질을 유지하는 노력은 지속해서 했었다(표 2 참조).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면서 품질에 대한 노력을 조금 더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양가의 노력은 생돈만이 아닌 돼지고기 품질까지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도축/가공업체는 안전성에 이슈가 없는 한돈 제조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유통업체는 식품으로써 한돈을 위생적으로 처리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마지막 끝 단계의 품질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돈협회의 지금과 같은 지속적인 한돈 캠페인으로 한돈의 위상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3. 마치며

 

한돈 품질을 이야기하면서 변화에 대한 언급을 했다. 그리고 그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변화된 눈높이, 수입육과의 차별성, 판매가격의 변화를 인지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변화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인식과 인지로 한돈 품질을 고민해야 한다. 이것을 기반으로 사양가, 도축가공업체, 유통업체 모두가 각각의 위치에서 변화에 맞는 한돈 품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돈은 우리의 고유 먹거리라는 생각을 해야 하며,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은 고유 먹거리를 만들고 판매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최근 발생한 유통부분의 이슈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을 것이고, 우리 한돈산업도 위기를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를 이직하고 처음 기고를 한다. 전 회사와 지금 회사의 사업구조와 인적 구성은 조금 다르지만, 직간접적으로 모두 한돈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사람들은 모두가 우리 사양가가 계속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물론 어떤 이슈에서도 한돈산업이 붕괴하지 않고 지속 성장하는 간절한 마음을 갖고 있고,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온몸으로 그것을 느끼고 있다. 이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5월호 73~77p 【원고는 ☞ Byungsik_Choi@cargill.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