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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4 분기 돼지고기 수급 동향으로 예측해 보는 2022년 돼지고기 시장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연일 인터넷에서 물가 상승을 이야기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료값은 물론 수입 돼지고기 가격도 오르고 있다. 또한 국내 도매시장 지육 경락 가격도 오르는 등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2022년 5월 3일 아시아 경제지의 “수입 확 늘어난 돼지고기 금겹살값 떨어지나”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올해 돼지고기 수입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작년부터 꾸준히 상승해 온 국내 돼지고기 가격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돼지고기 1kg당 평균 가격은 6,93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398원)보다 28.4% 올랐다. 지난해 1월 초 1kg당 3,882원 수준이던 돼지고기 평균 가격은 작년 말 4,958원까지 올랐고, 올해도 매달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4월까지 연초 대비 37.4% 올랐다.

 

국내 돼지고기 가격은 수입 감소로 공급이 줄어든 반면 수요는 늘면서 상승세가 이어졌다. 작년 상반기 돼지고기 수입은 2020년 9월 독일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영향으로 유럽연합(EU)산 수입량이 감소하며 크게 줄었다. 줄어든 공급과 달리 방역 지침 완화 등으로 수요는 늘며 돼지고기값 상승을 부채질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충현 연구원은 “외식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게 삼겹살”이라며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등 외식 수요가 늘어난 것이 돼지고기 수요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2년 1/4분기 돼지고기 시장을 점검해 보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알아보자. 2022년 1~3월의 돼지 도축두수는 4,762,347두로 전년 동기간의 4,705,866두보다 1.2% 늘었다.

 

 

돼지고기 수입량이 가장 많았던 2019년과 비교해 보면 2022년 1~3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120,212톤이고, 2019년 동기간의 수입량은 121,725톤으로 2022년이 2019년보다 약 -1.2% 정도 수입량이 적다. 반면 지난해 2021년 동기간을 비교해 보면 2021년 1~3월 수입량은 72,674톤으로 2022년이 2021년 대비 65.4% 수입량이 늘었다. 수입량이 2019년과 거의 비슷하고 2021년보다는 65% 이상 늘어났으니, 수입육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는 앞에서 소개한 기사 내용은 사실이다.

 

 

2019년 돼지고기 수입량이 다른 해 보다 많았다. 이렇게 2019년 수입량이 증가한 건 수요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발생하면 구제역(FMD) 때처럼 살처분량이 많아져서 국내 돈가가 급등하리라고 예측한 수입업체들의 판단 영향이 크다. 2022년 역시 코로나 이후 보복적 소비로 외식 수요가 늘어날 걸 기대하고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남한사회에서 지나친 도축이 문제가 되었다. 해방의 기쁨과 함께 소를 많이 먹게 되면서 농사를 지을 농우가 부족해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 이후 보복적 소비가 일어나서 돼지고기 수요가 급증할 거라는 예측이 5월에는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의 돼지고기 소비 형태를 지속해서 보일 거라는 생각이 착각일 수도 있다. 코로나 이후 보복적 소비도 발생하고 있지만, 코로나 트라우마도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하지만 실제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사람들의 거의 없는 건 코로나의 공포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보복적 소비가 그렇게 길고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위별 돼지고기 수입량을 살펴보면 상당히 염려스러운 부분들이 생긴다.

2020년 한돈자조금위원회로부터 용역을 받아서 수행한 적이 있다. 한돈 뒷다리 과잉 재고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는 용역이었다. 2020년 당시 모든 사람이 뒷다리 재고가 많아진 이유가 코로나로 학교급식과 단체 급식 수요가 줄어서라고들 생각했다. 필자의 판단은 조금 달랐다. 2019년에 너무 많은 돼지고기가 수입되었다. 특히 2019년에는 앞다리 수입량이 삼겹살보다 많았다. 이 엄청나게 수입된 앞다리 재고가 한돈 뒷다리 시장을 잠식했다.

 

필자의 예측이 맞았다. 코로나로 수입 앞다리 가격이 인상되자 한돈 뒷다리의 수요가 늘어나 2021년에는 자연스럽게 재고가 안정화되었다. 다른 측면에서는 한돈자조금의 노력과 백종원 대표의 활약이 컸는지도 모른다. 2019년과 2020년이 한돈산업 측면에서 보면 1978년 통일벼로 우리 민족이 최초로 쌀의 자급자족에 성공했듯이 우리 민족사에서 최초로 고기가 남아 돌아가는 고기 잉여 시대의 개막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처음으로 남아 돌아간 부위가 뒷다리였다는 것이다. 뒷다리는 냉장육과 냉동육 가격 차이가 별로 없어 냉동육 재고를 비축 개념으로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2020년 도매시장 지육 가격은 낮아지지 않았다.

 

2022년 하반기에 새로운 코로나가 다시 시작되거나 보복적 소비가 사라지고 사람들의 육류 소비 패턴이 달라진다면, 이제는 삼겹살이 남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삼겹살은 냉장육과 냉동육이 완전히 다른 상품이라고 보아도 된다. 가격 차이도 크다. 삼겹살이 적체되어 냉동된다면 일차적인 충격은 육가공업체부터 시작되겠지만, 그 충격은 도매시장 지육 경락가의 하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

 

 

사료값 등 비용이 상승하는데 가격이 낮아지면 한돈농가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이점이 2020년 뒷다리 과잉 재고 사태와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부위별 돼지고기 수입 실적을 살펴보면 2019년 1~3월 앞다리가 41.8%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삼겹살로 36.7%였다. 2021년에는 삼겹살이 48.8%로 가장 많고 앞다리는 34.4%로 2019년 대비 구성비가 많이 줄었음을 알 수 있다. 2022년 1~3월 수입 실적은 삼겹살이 39.3%로 가장 많다. 앞다리도 36%다. 삼겹살은 2019년에 비해 5.9% 증가했다. 2021년 대비해서는 33.4%가 늘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가 추정한 한돈 부위별 재고를 살펴보면, 우려가 현실로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2월 한돈 재고 추정치는 76천톤, 2020년 2월은 81천톤, 2021년 2월은 70천톤이다. 2022년 2월은 30천톤으로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뒷다리는 2019년 2월은 28,747톤, 2020년 2월은 36,338톤, 2021년 2월은 33,530톤, 2022년 2월은 6,304톤으로 줄었다. 전체 재고에서 많게는 45%까지 차지하던 뒷다리 재고는 2022년 2월에는 21% 선으로 안정화되고 있다.

 

반면 삼겹살은 2019년 2월은 11,397톤, 2020년 2월은 8,202톤, 2021년 2월은 5,892톤, 2022년 2월은 7,364톤의 재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구성비를 차지하던 2019년에도 삼겹살은 전체 한돈 재고의 15% 선이고 평소에는 10% 미만으로 추정되는데, 2022년 2월에는 전체 재고의 24.4%로 뒷다리보다 재고량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2월까지는 코로나로 외식수요가 크게 줄어든 시기이다.

 

 

한돈은 가정 내 소비시장에서는 거의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식당에서는 수입 돼지고기를 곧잘 먹으면서도 가정 내 소비는 한돈을 고집하는 소비성향이 있다. 그 덕분에 2020년과 2021년 한돈은 코로나 수혜를 봤다. 2022년 5월 이후 외식의 규제가 해제되면 일시적인 보복적 소비가 일어날 것이며, 비싼 한돈 삼겹살을 취급하는 식당은 급감하고 수입 삼겹살을 취급하는 식당이 늘어나게 될 수도 있다. 삼겹살의 가정소비가 감소해서 삼겹살 소비가 줄어들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한돈 삼겹살 재고가 2월보다 더 늘어나게 된다. 그럼 냉동해야 하는 삼겹살의 비율이 높아진다. 그건 곧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워낙 수입 삼겹살의 수입량도 늘어나 삼겹살 시장은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코로나 시기에 가장 피해가 컸던 식당이 삼겹살 식당이었다. 삼겹살 식당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참고로 국가별 돼지고기 수입 실적을 살펴보면 미국산 감소세가 뚜렷하다.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입이 감소한 것이 앞다리 수입량이 줄어든 원인이 될 수 있다. 올 하반기에는 중국으로 수출되던 앞다리가 다시 한국으로 들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의 국가별 현황에는 기타로 표시되어 있는데 이 기타 국가에 스페인이 포함되어 있다. 스페인의 주 수출 부위는 삼겹살이라고 봐야 한다. 독일이 수출이 어려워지자 스페인이 돼지고기 수출에서 유럽의 강자가 되고 있다. 식당에서 스페인 삼겹살을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돈 부분육 가격을 브랜드와 일반육으로 살펴보자.

2021년 4월 지육 가격보다 2022년 4월 지육 가격이 4.2% 높게 형성되었다. 지육 가격 대비 브랜드 냉장 삼겹살의 가격은 2021년 4월 465%, 2022년 4월은 450%이다. 지육 가격 대비 2021년의 브랜드 냉장 삼겹살 가격이 2022년 4월 비해서 높게 형성되었다. 냉동 삼겹살도 거의 같은 수준이다.

 

냉장 뒷다리의 경우 2021년 4월은 지육 가격의 88% 냉동 뒷다리는 78% 2022년 4월에는 냉장 뒷다리는 지육 가격의 94%, 냉동 뒷다리는 86%로 재고량이 적은 한돈 뒷다리 가격이 많이 회복되었음을 알 수 있다. 뒷다리 가격의 회복이 육가공업체의 손익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브랜드 냉장 삼겹살 가격이 지육 가격 대비 450% 이상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다.

 

 

반면 일반 냉장 삼겹살 가격은 지육 가격 대비 390% 선이다. 일반 냉장 삼겹살 가격은 브랜드 냉장 삼겹살 가격에 대비 2021년 4월은 84%, 2022년 4월은 87% 선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역시 삼겹살 재고가 많아지면서 일반육과 브랜드 육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

 

냉장 뒷다리의 경우는 일반육과 브랜드 육이 10% 미만의 가격 차이를 보인다. 냉동육의 경우는 뒷다리의 경우 일반육과 브랜드 육의 가격 차이가 2022년 4월에는 불과 2%로 근접해 있다. 일반 냉장 삼겹살과 일반 냉동 삼겹살의 가격 차이는 2021년 4월에는 24% 냉장육이 비쌌다. 2022년 4월에는 24% 비쌌다. 브랜드 냉장 삼겹살과 브랜드 냉동 삼겹살의 가격 차이는 2021년 4월에는 34% 냉장육이 비쌌다. 2022년 4월에는 30% 냉동육이 비쌌다. 이 가격 비교표를 2022년 5~7월 지속해서 만들어 보면 삼겹살의 위기가 닥쳐왔는지 알 수 있다.

 

모든 사회 현상의 원인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대책 마련에 아주 중요한 몫을 한다.

공급 측면에서 삼겹살이 남아돌아 가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음을 예측해 봤다. 소비 측면에서는 더욱더 어두운 전망을 하게 된다. 간단히 설명하면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반 혜성같이 등장한 삼겹살 로스구이는 농업 공동체 사회 게마인샤프트가 해체되고, 도시화 산업화 속에 게젤샤프트가 형성되면서 게마인샤프트 전통의 계승 행위였다.

 

삼겹살의 주요 소비층인 베이비 붐 세대가 노인화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Z 세대가 사회를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회사의 회식이 줄어들고 있던 시기에 코로나로 개인화를 넘어 비대면 사회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종식된 것이 아니라 주춤한 2022년에 삼겹살의 소비문화는 코로나 이전과는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지금 이대로 한돈 삼겹살 가격이 올라간다면 식당에서 삼겹살 1인분이 2만 원이 되는 시대가 곧 될 것이다. 다른 물가가 올라가서 그나마 위안이 되겠지만, 한돈 삼겹살이 이제는 서민의 음식이 되지 않는 시대가 오면 삼겹살 전체 수요는 감소하게 된다. 아니 급격히 가격이 싼 수입 삼겹살로 삼겹살 수요가 대체될 수도 있다.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지만,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들이 승리하는 세상이 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았던 세상과 다른 뉴노멀한 미래를 생각할 때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2년 6월호 115~122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