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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저산차 모돈 폐사의 이해와 대처방안 / 장석현 수의사

장 석 현 수의사 / 발라드동물병원

1. 길어지고 뜨거워지는 대한민국 여름

 

최근 국내 축산업이 직면한 환경적 위협은 단연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역대급 폭염’이다. 대한민국 기상청이 발표한 최근 10년간의 국내 여름철 기온 변화 및 기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여름은 단순히 최고 기온이 올라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온다습한 열대야와 폭염일수가 눈에 띄게 장기화하는 경향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기상 데이터는 과거보다 한여름철 평년기온을 웃도는 고온 영역의 일수가 길게 이어지고 있으며, 폭염의 시작 시기 또한 매년 앞당겨지고 있음을 경고한다.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 가장 먼저 생리적 방어벽이 무너지고, 증상도 보이지 않은 채 급사하는 개체들의 상당수는 농장의 미래 자산인 1~2산차의 ‘저산차 모돈’들이다. 길어지는 여름철 고온 환경 속에서 우리가 왜 저산차 모돈의 폐사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그 생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2. 저산차 모돈이 여름철 고온 스트레스에 취약한 원인과 근거

 

(1) 왜 저산차 모돈이 더 취약한가? 구체적인 생리·면역학적 기전

기전 ① : ‘성장+임신/포유’의 대사적 병목 현상과 영양소 재분배

1~2산차 모돈은 자신의 골격과 장기를 키우는 성장 대사와 새끼를 기르는 번식 대사가 동시에 가동되는 시기이다. 이 과부하 상태에서 고온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모돈은 체내 열 발생을 줄이기 위해 사료 섭취량을 극단적으로 줄여버린다. 이때 제한된 에너지를 태아 성장과 유선 발달에 우선 빼앗기면서, 정작 몸을 지켜야 할 ‘면역 체계 유지’나 ‘체온 조절’에 쓸 에너지는 고갈된다. 결국 신체 성장은 멈추고 ‘대사적 고갈’ 상태에 빠지며, 세균의 공격을 막아낼 기초 체력(면역력)이 붕괴한다.

 

기전 ② : 고온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장관 투과성 증가’

돼지는 신체 구조상 땀샘이 없어 더위 노출 시 호흡수를 늘려 열을 식히려 한다. 동시에 심장은 체열을 외부로 방출하기 위해 혈액을 피부와 같은 말초 조직 쪽으로 집중 이동시킨다. 혈액이 피부로 대량 몰리면서 정작 소화기관(위·장관)으로 가야 할 혈류량은 급격히 감소하게 되며, 장관 내 세포들은 심각한 산소 부족과 열 손상을 입는다.

 

이로 인해 장벽 세포 사이를 촘촘하게 막고 있는 단백질 결합이 느슨해지는 장 누수 증후군이 발생한다. 장벽 방어선이 무너지면 장관 내에 상재하던 세균과 그 독소들이 헐거워진 틈을 타 혈류로 직접 침투한다. 대사 고갈로 면역 세포들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황에서 세균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급성 전신성 패혈증과 원인 모를 급사로 이어지게 된다.

 

기전 ③ : 면역 형성 부족과 신경내분비계 스트레스

고산차 모돈은 수년간 농장에서 살며 다양한 상재균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풍부한 상재 항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육 환경 변화에도 뇌하수체-부신축이 비교적 덜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저산차 모돈은 농장 상재균에 대한 면역계의 학습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여름철 폭염이라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신경내분비계가 과도하게 자극되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카테콜아민을 과량 분비한다.

 

이 호르몬들은 전신에서 면역의 핵심인 림프구(T세포, B세포)의 증식과 활성을 직접적으로 억제하여 체내 면역 시스템을 저하한다. 면역 능력이 극도로 억제된 틈을 타, 체내에 잠복해 있거나 환경 중에 있던 기회 감염성 상재균들이 저항을 받지 않고 전신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2)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Pig CHAMP) 연구 자료

이러한 생리·면역학적 위기는 대규모 전산 데이터를 통해 입증된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양돈 전산 시스템(Pig CHAMP) 분석팀(Zhao 등)이 미국 내 대규모 상업 돈군을 대상으로 모돈 폐사율의 위험 요인을 장기 추적 조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일 년 중 모돈의 폐사율이 가장 가파르게 치솟는 정점은 연중 기온이 가장 높은 ‘7월’에 집중되어 있다.

 

 

 

통계 분석 결과, 전체 모돈 폐사마리수 중 초산돈(1산차)과 2산차 모돈이 차지하는 누적 비율이 무려 약 35~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농장에서 발생하는 모돈 급사 10마리 중 4마리 가까이가 고산차 노산돈이 아닌, 이제 막 농장의 주축이 되어야 할 저산차 모돈이라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증명한다.

 

3. 여름철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상재균의 전신감염 및 폐사 기전

 

여름철 고온 스트레스가 저산차 모돈을 급사에 이르게 하는 것은 이미 돼지의 몸 안팎(위·장관, 편도, 비강 등)에 긴밀하게 공존하던 ‘상재균(Normal Flora)의 폭발적 증식과 전신 이행’에 있다. 여름철 저산차 모돈의 체내 방어벽이 무너졌을 때 전신성 패혈증과 급사를 일으키는 주범은 대장균, 연쇄상구균, 돈단독 등 농장 내 항상 존재하는 기회 감염성 상재균 총이다.

 

 

고온 스트레스로 인해 사료 섭취량이 줄고 장운동이 멈추면 소화기 내 상재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한다. 이와 동시에 더위로 인해 혈액이 피부로 몰리면서 장관 점막은 산소 부족과 손상을 입어 세포 간 결합이 느슨해지는 ‘장 누수 증후군’ 상태가 된다. 또한 무더위는 상부 호흡기와 코점막을 건조하게 만들어 호흡기 상재균의 점막 방어선마저 무력화시킨다.

 

이렇게 헐거워진 장벽과 무너진 점막 틈새를 타, 폭발적으로 증식한 상재균들과 그 세포벽에서 유래한 내독소가 혈관 내로 거침없이 쏟아져 들어오게 된다. 평상시라면 모돈의 전신 면역 세포들이 이를 즉각 포식하고 중화하겠지만, 앞서 기술했듯 저산차 모돈은 영양소 재분배로 인한 '대사적 고갈'과 스트레스 호르몬 과다 분비로 인해 면역 시스템이 완전히 저하된 상태이다.

 

결국 혈액 속으로 침투한 상재균과 독소들은 아무런 저항 없이 전신 장기로 퍼져나가 혈관 벽을 파괴하고, 전신성 혈관 내 응고증(DIC)이나 급격한 혈압 저하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전날 저녁까지 멀쩡해 보이던 저산차 모돈이 다음 날 아침 아무런 외견상 증상 없이 사체로 발견되는 것이다.

 

4. 여름철 모돈 폐사 방지를 위한 대처방안

 

(1) 에어컨 냉방의 적극적 활용과 유속(바람) 관리를 통한 체온 조절

첫 번째 핵심 대책은 당연히 물리적인 온도 하강과 체감 온도의 관리이다. 여름철 돈사 관리의 기본은 냉방기(에어컨)의 적극적인 가동을 통해 내부 온도를 돼지의 서식 적온에 맞추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냉방 용량이 부족하거나 시설 한계로 인해 실내 온도를 충분히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즉각적으로 릴레이 휀이나 선풍기를 활용해 모돈의 피부에 직접적인 ‘유속(바람)’을 제공해야 한다. 초속 1~2m 내외의 적절한 유속은 모돈의 체감 온도를 3~5℃ 이상 떨어뜨리는 효과를 낸다.

 

 

(2) 철저한 수질검사와 음수 소독 기반의 신선한 물 공급

여름철 모돈의 소화기 대사율을 유지하고 상재균 증식의 주원인인 변비를 예방하는 가장 값싸고 확실한 대안은 바로 ‘물’이다. 더위가 지속되면 모돈의 음수 요구량은 평소의 2배 이상 급증하므로, 시원하고 신선한 물을 언제든 충분히 마실 수 있도록 상시 공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하수 및 상수원에 대한 정기적인 수질검사를 실시하여 미생물 오염도를 점검해야 한다. 특히 여름철 높은 수온은 음수 배관 내 대장균 및 바이오 필름(생물막)을 폭발적으로 증식시키므로, 지속적인 음수 소독을 병행해야 한다.

 

(3) 저산차 모돈 폐사 발생 시 신속한 항생제 클리닝(비상 투약)

만약 저산차 모돈의 폐사가 실제로 발생하기 시작했다면, 이는 이미 돈군 전체의 면역 밸런스가 붕괴하고 상재균이 득세했다는 위험 신호다. 이때는 부검 및 신속한 진단과 동시에, 전신성 감염으로 진행 중인 위험 개체들을 구하기 위한 ‘항생제 클리닝(사료 및 음수 첨가 비상 투약)’ 전략을 즉각 전개해야 한다. 광범위 항생제(아목시실린, 콜리스틴 등)를 사료나 음수에 투약하여, 잠복기 및 초기 감염 단계에 있는 모돈 체내의 상재균 밀도를 강제로 떨어뜨려야 한다. 이러한 신속한 약제 클리닝으로 추가적인 패혈증 급사를 막고 농장의 모돈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6년 7월호 75~79p 【원고는 ☞ darby110@darby.co.kr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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