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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장 차단방역 개선을 위한 입기(Incoming Air) 관리 시스템의 고찰과 개선 방안 / 이장걸 소장

이 장 걸 부장 / 다비육종 연구소

1. 들어가며

 

국내 양돈산업은 다산성 모돈의 도입, 사양 기술의 발전 등에 힘입어 생산성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그러나 ASF(아프리카돼지열병), PRRS(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 PED(돼지유행성설사병) 등 주요 바이러스성 질병은 여전히 산업 전반을 위협하는 최대 난제로 남아 있다.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돈사의 구조적 전환이다. 과거 윈치(커튼) 방식의 개방형 돈사가 점차 밀폐형 무창 돈사로 교체되면서 보온 성능은 크게 향상되었다. 하지만 ‘단열’에 초점을 맞춘 설계는 환기와 공기 질 관리라는 또 다른 측면에서 새로운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바이러스가 먼지와 에어로졸을 타고 어떻게 전파되는지 과학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국내 양돈장의 입기 관리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본 뒤 해외 선진 사례를 참고하여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개선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2. 바이러스는 공기를 타고 어디까지 이동하는가?

 

가. 바이오 에어로졸,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

병원성 미생물은 빈 공기 중을 떠돌지 않는다. 5μm 이하의 미발핵(미세한 액적)이나 먼지 입자에 달라붙어 이동한다. 이처럼 바이러스·세균을 실어 나르는 입자를 ‘바이오 에어로졸’이라 부른다. 돼지의 기침과 호흡, 사료 급이 시 발생하는 분진, 털에서 발생한 비듬, 분변 등은 모두 바이오 에어로졸의 주된 발생원이다. 크기가 작을수록 중력의 영향을 덜 받아 공기 중에 오래 머물며 환기 흐름을 따라 농장 밖으로도 손쉽게 빠져나간다.

 

나. 주요 돼지 바이러스의 공기전파 거리

공기전파 가능 거리는 병원체마다 다르지만 그 수치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공기를 여과(필터링)하는 일은 단순한 ‘먼지 제거’가 아니라, 바이러스의 이동 수단 자체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핵심 방역 행위다.

 

3. 우리나라 양돈장의 입기관리, 어디가 문제인가?

 

가. 환절기·겨울철의 ‘먼지 정체’ 문제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환절기와 겨울철은 특히 위험한 시기다. 보온을 위해 환기량을 극단적으로 줄이면, 돈사 내 먼지가 정체되고 암모니아·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다. 호흡기 질병 병원체가 번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 방역을 강화하려던 시기에 오히려 내부 환경이 악화하는 역설이 벌어지는 셈이다.

 

나. 의도되지 않은 공기 유입, ‘샛바람’의 위협

출입구 밀폐 불량, 오래된 패널의 틈새, 부실한 마감재 등을 통해 여과되지 않은 외부 공기가 그대로 돈사 안으로 스며들 수 있다. 문제는 이 공기가 입기 시스템을 완전히 우회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필터를 장착하여도 ‘샛바람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다. 입기 여과에 대한 인식 부재

국내 양돈장의 환기 시스템은 대부분 가스와 열기를 내보내는 ‘배기’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들어오는 공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입기 필터링은 일부 선도적인 농가를 제외하면 아직 낯선 개념인 경우가 많다.

 

4. 해외 양돈 선진국의 입기관리 사례

 

해외 주요 양돈 국가들은 유입 공기의 여과를 차단방역(Biosecurity)의 핵심축으로 이미 자리 잡게 했다. 몇 가지 대표 사례를 살펴보자.

 

가. 북미 – 외부 유입 공기 여과를 통한 PRRSV 통제

북미 양돈업계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외부 유입 공기를 여과하는 환기 시스템으로 꾸준히 전환해 왔다. 주름형(pleat) 고효율 필터가 대표적으로 사용되는데, 대규모 번식돈군을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 연구 결과는 그 효과를 명확히 입증하고 있다.

 

 

공기 여과 시스템을 갖춘 농장은 미설치 농장 대비 신규 PRRSV 감염 위험이 약 80% 감소했으며, 감염 없이 버티는 기간의 중간값도 미여과 농장(11개월)보다 여과 농장(30개월)이 약 3배 길었다. 필터를 설치하지 않은 농장의 감염 발생학 확률은 설치 농장보다 무려 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좋다’는 수준이 아니라 방역의 판도를 바꾸는 수치다.

 

나. 유럽 - 급기 여과로 미세먼지와 세균까지 동시 차단

독일 등 유럽 주요국에서는 급기 여과 시스템(SAFS, Supply Air Filtration System)이나 천장 급기 여과 시스템(CAFS)을 도입한 사례가 축적되어 있다. 이를 설치한 돈사에서는 PM1, PM2.5 등 초미세먼지가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외부에서 유입되는 질병들에 대해서 차단되는 효과가 확인되었다고 보고된다.

 

5. 우리 현장에는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가. 입기구에 공기 여과형 사전 처리 시스템 도입 검토

모든 공기 유입구에 여과 장치를 설치하는 것을 제안한다. 비용과 효과의 균형을 고려할 때, MERV 14~16등급의 서브-헤파(Sub-HEPA) 필터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 등급은 0.3μm 이상 입자를 75~85% 이상 포집할 수 있어 바이러스를 운반하는 에어로졸 입자 대부분을 걸러낼 수 있다고 한다.

 

 

여름철에는 쿨링패드의 습식 세정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물 막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공기 중 바이오 에어로졸의 상당 부분이 씻겨나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집진 방식으로 돈사 내 미세 입자 포집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제품도 있어 농장 규모와 예산에 따라 병행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나. 건물 기밀성 확보 - 샛바람을 막아라.

필터를 아무리 잘 설치해도 샛바람이 존재하면 소용이 없다. 공기 여과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려면, 여과되지 않은 공기가 들어올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우레탄 폼, 실리콘 등을 활용해 패널 이음새, 배선 관통부, 출입구 주변의 틈새를 꼼꼼히 밀봉해야 한다. 더 나아가 돈사 내부를 외부보다 약간 높은 양압(陽壓) 상태로 유지하면 틈새로 외부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공기 중 바이러스 에어로졸을 상시 감지하는 첨단 모니터링 장비 도입도 고려해볼 수 있다. 아직은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지만 기술 발전과 함께 현장 적용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6. 마치며

 

과거에 환기는 ‘뜨거운 공기와 냄새를 내보내는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 명확해지고 있다. 바이러스성 질병이 공기를 통해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한다는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입기 공기의 사전 여과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해외 글로벌 사례가 증명하듯 유입 공기를 걸러내는 일은 PRRSV 감염 위험을 80% 이상 낮추는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단열 중심, 배기 위주의 환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들어오는 공기의 질’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시점이 됐다. 한돈농가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정부와 업계 차원의 기술 지원 및 보조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입기 필터링 시스템은 머지않아 우리 양돈 방역 체계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6년 5월호 79~83p 【원고는 ☞ darby272@darby.co.kr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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