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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수출하기(한돈미디어 23년 5월호)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 건국대학교 미트컬쳐비즈랩

1959년 홍콩에 생돈을 수출하면서 우리 양돈산업의 양돈 수출사는 시작한다.

이후 1960년대에는 냉동 지육을 수출하고 1971년 일본이 돼지고기 수입자유화가 되면서 1972년부터 부지런히 돼지고기 냉동 부분육을 수출한다. 일본이 자국의 양돈산업 보호를 위해서 돼지 한 마리 풀세트 정육을 수입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언제부터 전 세계 삼겹살의 거의 같은 모습으로 스펙이 정해졌을까? 양념 갈비 수요가 많아서 짝갈비 작업을 하던 것이 일본 수출을 하면서 베이컨 스펙으로 삼겹살을 작업했다.

 

1976년 한우 수요가 부족해서 한우 가격 파동이 일어나고 육류의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박정희 정부는 1978년부터 대일 돼지고기 수출을 중단한다. 다시 수출 시작한 건 1985년경이다. 이 시기에는 일본은 이미 덴마크 등에서 값싼 베이컨용 삼겹살을 수입했다. 국내 삼겹살 수요가 늘어서 국내 유통 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비싼 삼겹살은 내수용으로 생산하고 상대적으로 수출가격이 높은 등심, 안심, 뒷다리 중심으로 대일 수출이 다시 시작했다.

 

이런 수출이 1990년대 본격화되어 LPC가 건설되고 냉장 부분육을 대량 생산해서 수출하게 된다. 2000년대 들어 구제역이 발생하고 대일 돼지고기 수출은 중단된다. 지금은 아주 미미한 양이 동남아 등에 수출되고 있다. 구제역 국가라 수출이 어렵다. 대한민국 돼지 수출사를 너무도 잘 아는데 갑자기 삼겹살 수출하자고 한다.

 

한우 사육두수가 단군 이래 최고 두수다. 한우 가격이 하락하니 한우를 수출하자고 난리다. 이웃 일본이 2022년 7,700톤의 화우를 미국 등에 약 5,000억원어치 수출했다고 하니 마블링 좋은 소고기의 세계적인 수요는 있다. 일본은 30년 전부터 화우 수출을 시도하고 일본 내 소고기 수요가 감소하면서 본격적인 화우 수출을 진행한 결과이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부터 홍콩, 몽골에 아주 적은 양의 한우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베트남, 싱가폴, 인도네시아의 육류시장 조사를 다녀왔다.

한우 수출의 가능성을 미트마케터인 필자의 시각으로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시장 조사 결과 동남아 육류 소비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우리나라의 1970년대와 1980년대 같이 무궁무진하다. 베트남 돼지고기 시장은 우리나라의 4배 정도는 될 것 같다. 동남아에서 일본 화우나 한국의 한우같이 고마블링 고급 소고기에 대한 상류층 수요는 상상을 초월한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는 이제 다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고유한 소품종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욱이 자신들이 먹고 있는 거친 소고기와 다른 마블링 좋은 부드러운 소고기인 한우가 있다는 건 한국에 와서 한우를 먹어 보지 못한 동남아인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물소고기를 먹어 본 적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반면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우를 체험해 본 사람들은 그 맛을 잊을 수 없다고 인생 소고기라고 한다. 한우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우 체험 기회를 늘려야 한다. 한우 체험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 동남아에서 한우 시식회를 하는 건 비용이나 효과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2019년 코로나 이전 우리나라를 1년에 방문한 외국인이 17,500,000명이다.

 

이들이 평균 3일 정도 머문다. 이들에 한 끼의 식사에 한우를 1인분만 체험하게 된다면 150g×17,500,000명=2,625톤이다. 아마 작년에 한우 수출 물량이 50톤 정도였다. 올해 수출 목표가 200톤이라고 한다. 이들 인바운드(국내 여행을 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우 체험을 하게 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수출이다. 인바운드 수출도 수출이다.

 

우리가 제주도를 여행 가면 꼭 흑돼지구이를 먹게 되는데, 이런 체험 문화가 정착된 건 30년이 되지 않았다.

한국에 방문하는 인바운드 외국인들이 한우를 체험하게 하는 것 역시 우리가 제주도에 가면 흑돼지를 체험하는 것과 같이 짧은 기간 내에 최고의 관광 메뉴가 될 수 있다. 일본을 여행하면 야끼니꾸(불고기)는 물론이고 길거리에서 화우 꼬치 요리를 판매한다.

 

일본은 화우를 관광 메뉴화했다. 한우 꼬치를 명동에서 팔아 보면 어떨까? 이런 주장을 지난 몇 년간 계속하고 있다. 들어 주질 않는다. 인디언의 기우제처럼 비가 올 때까지 실현될 때까지 계속 쓰고 이야기할 것이다.

 

일본 화우는 코카콜라이다.

홍콩시장에서 한우는 일본 화우의 품질을 따라가지 못한다. 우리 한우의 규격화, 표준화는 정교한 일본 화우의 품질을 따라가지 못한다. 필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제품력을 앞세운 코카콜라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체험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스타벅스의 시대이다. 스타벅스가 커피맛이나 품질이 좋아서 세계 최고의 커피 브랜드가 된 것이 아니라 커피문화 체험을 통해 세계 최고의 커피 브랜드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한류의 나라이다.

 

 

BTS, 블랙핑크, 영화 미나리, 오징어 게임의 나라이다. 문화선진국이다. 소고기를 미식으로 먹은 역사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라이다.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 박사가 한국 사람들이 120가지 소고기 부위를 찾아낸 세계 최고의 소고기 미식 국가라는 걸 의미 인류학적으로 이야기해 주었다. 몽골의 간섭기 이후 조선 500년 동안 소고기를 즐겼던 우리 민족의 소고기 미식은 BTS 급의 미식 문화이다.

 

이런 소고기 미식 문화를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인바운드 외국인들이 체험할 수 있게 서울의 향토 음식으로 한우를 지정하고 서울시, 관광공사, 정부, 한우협회, 한우자조금위원회 등이 총력적으로 한우 인바운드 수출 마케팅을 전개하면 한우 2,000톤 이상의 인바운드 수출이 가능하다.

 

사실 식당 테이블 불판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건 우리에게는 일상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아주 독특한 한국 문화이다. BTS도 윤여정 배우도 이정재 배우도 테이블 가운데 불판에서 고기를 굽는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열심히 굽는 것이 삼겹살이다. BTS도 윤여정 배우도 이정재 배우도 다들 테이블에서 삼겹살을 굽는다. 우리에게는 일상인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인바운드 외국인에게는 새로운 한국 문화 체험이 된다. 평균 3일을 한국에 체류하는데 하룻밤에 한우 먹고 다음 날 삼겹살 먹어도 충분하다. 그러니 한자리에서 한우도 굽고 삼겹살을 구워도 좋다.

 

한복 입고 경복궁 앞을 한복체험을 하는 외국인들처럼 한돈 삼겹살 체험은 삼겹살의 인바운드 수출이다. 삼겹살 인바운드 수출 식당들이 늘어나면 우리 내국인들에게도 새로운 삼겹살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가능하다. 삼겹살 구이 식당은 단순한 식당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식당이다. 삼겹살 인바운드 수출 식당들의 새로운 엔터테인먼트가 내국인들의 호기심도 자극할 수 있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104~107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