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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Meat Cultures(고기 문화의 변화)(한돈미디어 23년 4월)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건국대학교 미트컬쳐비즈랩
건국대학교 식품유통경제학과 겸임교수

☞ 삼삼데이가 지났다.

대형마트에서 요즘 보기 드문 가격할인이다. 과거에 갑질할 때는 삼겹살을 생산 원가 이하로 세일을 자행했다. 요즘은 완전히 사라졌는지 줄 알았는데 100g에 1,140원에 50%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아마 과거와는 달리 공급업체와의 상호 합의에 따른 가격 책정이었을 것이다. 금천미트 사이트에 B2B 삼겹살 도매가격이 100g에 1,400원이 넘어가니 분명 원가 이하의 세일이 진행되었다. 그렇다고 엄청난 삼겹살이 팔려나간 것 같지 않다.

 

며칠 전 필자가 잘 아는 한돈전문지 기자가 전화를 해왔다. “육가공회사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지금 창고에 재고가 넘쳐서 이제는 이용한 창고 스페이스가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나요?” “나(필자)도 모르지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육가공회사들이 자금 능력들이 있는 메이저들로 성장해서 창고가 넘치도록 삼겹살을 비축하고 가격의 폭락을 막아주고 있으니”, “봄에 일본 원전수 방류되면 단백질 파동이 일어날 거니 육류 가격 폭등할 거예요. 그걸 도박처럼 기대해야지요”

 

2020년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당시 한돈 뒷다리가격 하락 대책으로 ‘한돈 뒷다리살 소비촉진 방안 연구’ 용역을 수행할 때 사람들은 다들 코로나로 단체급식, 학교급식이 중단됨에 따라서 뒷다리살이 적체되고 있다고 진단을 하고 있는데 필자는 이상한 현상을 하나 발견했다. 뒷다리살 재고 적체는 코로나가 발생하기도 전은 2019년 가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미친놈처럼 계속 반복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면 구제역 때처럼 300만두 정도 살처분하게 되고 그럼 돼지고기가 부족해서 가격이 폭등할 것이니 그런 찬스를 잡기 위해서 40만톤 이상의 돼지고기가 수입된 것이 한돈 뒷다리살 적체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 단군이래 처음 우리나라에서 고기가 남아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냉동육과 냉장육의 가격 차이가 크게 안 나는 뒷다리 부위가 적체되니 냉동 재고로 육가공업체가 비축하면 산지 가격은 안정이 된다. 2020년 뒷다리가격이 무너져도 산지 가격은 유지될 수 있었다. 2022년 코로나 보복 소비가 예상되면서 아니 2021년 엄청나게 돈을 번 수입육 업체들의 과욕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또 40만톤 이상의 돼지고기가 수입되었다.

 

이번에는 삼겹살이 남아돌기 시작하는데 필자의 예상과는 달리 육가공업체, 양돈농협 등이 삼겹살을 비축하면서 돼지고기 가격 하락을 막아 내고 있다. 사료값이 인상되어 생산비가 올라가서 농가가 힘들지 그래도 다행이다. 정말 어떤 유통업자는 2023년 2월에 4,000원선도 붕괴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처음 경제학 원론을 배우면 수요 공급으로 가격이 결정된다고 배운다. 경제학 원론을 공부하지 않아도 수요 공급 때문에 가격이 결정되는 건 상식이다. 삼삼데이에 삼겹살이 기대 이상을 팔리지 않은 건 한우의 서프라이즈 50% 할인 행사를 해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한우의 50% 할인 행사가 삼삼데이에 영향을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조금 더 거시적인 안목에서 생각해 보자.

 

왜? 한돈, 한우가격이 같은 시기에 하락하는 걸까? “김 박사가 정말 멍청하군. 공급 과잉이라며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서 가격이 형성된다며, 단군이래 최고의 한우 사육두수와 과잉 수입으로 돼지고기 공급이 많아지니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지” 다들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반만 맞는 대답이다. 공급 과잉을 이야기하면 역린을 건드리는 것이니 미트마케터로 생산분야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 육류 수요의 감소, 소비 위축에 관한 이야기를 깊이 생각해 봐야겠다.

이건 단순히 경제학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문제, 사회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삼겹살의 유행에 관해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을 필자가 너무 심하게 비판하고 논쟁을 지루하게 이어왔다. 개인에게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삼겹살을 우리가 왜? 미치게 좋아하는가 하는 것이 한돈산업의 지금까지의 정체성과 미래의 발전성에 매우 중요한 이슈였기 때문에 깊이 연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필자 역시 새로운 분야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제공해 준 점에 감사하고 있다.

 

필자는 ‘대한민국 돼지산업사’, ‘삼겹살의 시작’, ‘대한민국 돼지이야기’ 의 책들을 통해 삼겹살이 압축성장의 현대사를 오롯이 대표하는 음식임을 이야기했다.

 

☞ 왜? 습식 조리가 거의 다였던 우리의 전통 돼지고기 음식이 어느 날 건식 조리인 삼겹살 로스구이가 돼지고기의 대표 음식이 되었을까?

농업공동체인 게마인 샤프트의 붕괴로 고향을 떠나서 도시로 온 사람들이 게젤 샤프트 이익사회에 편입되면서 농업공동체인 게마인 샤프트의 공동체 의식의 산업화, 도시화 된 것이 퇴근 후 새롭게 만난 낯선 이들과의 ‘삼겹살의 소주 한잔’이었다.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삶거나 끓이는 습식 조리법은 조리 시간도 오래 걸렸다. 주문 즉시 테이블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삼겹살은 한국형 패스트푸드였다. 상업적으로 고기를 판매하지 않고 나누어 먹던 시절에 삶은 고기는 생고기보다 중량이 줄어도 아무도 불평하는 이가 없었지만 내돈 내고 사 먹는데 고기가 40% 줄어서 나오면 다들 불만을 가질 것이다. 생고기를 테이블에서 직접 구워 먹는 삼겹살은 요리 시 감량을 소비자가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요즘 배달 삼겹살이 유행하면서 구워서 배달되는 삼겹살 중량이 적다는 클레임이 왕왕 생긴다고 한다.

 

한돈 전문지나 생산기술 측면에서는 1970년대 이후 양돈이 산업화하면서 거세 등 사육기술이 보급되고 배합사료 급여로 돼지고기 냄새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도 삼겹살의 인기에 한 원인이 된다. 아마 1990년대 이후의 고기와 1970년대 이전의 돼지고기는 품질이 아주 다르다.

 

 

프로판 가스 버너의 보급도 다들 아는 삼겹살 유행을 도왔다. 필자는 1970년에 출시된 맛소금도 당시의 냉동 삼겹살의 맛을 높였다고 생각한다. 맛소금에는 MSG가 10~15% 첨가되어 있어서 숙성하지 않아서 부족함 감칠맛을 더했다. 아마 당시 유행하던 돼지갈비 식당의 기술적 한계도 별 요리기술이 필요 없이 정육점에서 삼겹살만 사다 구우면 되는 삼겹살 식당이 유행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삼겹살 식당은 식당이 아니라 스타벅스 같은 단기 (파티) 장소 대여업일지도 모른다. 거기에 1976년 이후 발생한 한우 가격 폭등이 결정적으로 당시 유행하던 소고기 로스구이에 대체재로 삼겹살 로스구이를 유행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시작한 삼겹살의 유행은 제1의 삼겹살 물결이 되었다.

2010년 하남돼지집에서 시작한 구워주는 서비스가 삼겹살 유행의 제2의 물결이다. 삼겹살 식당의 제3의 물결은 2018년 시작한 숙성도의 유행으로 급격히 파급된 숙성 삼겹살의 시대다. 그런데 이런 삼겹살의 시대를 깊이 살펴보면 최근에 유행하는 돼지고기 식당 숙성도, 몽탄, 남영돈, 금돼지식당 등은 돼지고기 삼겹살도 취급하는 돼지고기 식당이긴 하지만 삼겹살이 그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는 아니라는 것이다. 숙성돈 숙성 뼈등심과 앞다리, 몽탄은 소고기 우대갈비, 금돼지식당이 그나마 뼈가 붙은 삼겹살, 남영돈은 항정, 가브리 등 특수 부위다.

 

최근 코로나 몇몇 냉동 삼겹살 식당 이외에는 유명하지는 삼겹살 식당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원인은 MZ 세대는 술을 잘 안 마신다. 삼겹살은 술안주지 밥반찬은 아니다. 소주의 도수가 16도로 낮아지니 다른 요리 안주들이 낮아진 소주와 잘 어울린다. 반면 삼겹살 가격이 계속 높아져서 둘이서 마음먹고 먹고 마시면 계산이 10만원이 넘어간다. 냉동 삼겹살 식당이 유행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삼겹살보다 싼 닭구이 식당들이 속속 개업하고 있다.

 

☞ 소비 측면에서는 이제는 삼겹살이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최고의 외식 메뉴로 사랑받던 시대가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가 가축을 사육하기 시작한 만 년 전부터 최근까지 고기는 권력자 등 그 사회의 엘리트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기후 위기 등의 여러 가지 이유에서 요즘 전 세계 엘리트들의 관심은 비건이다. 고기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이제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권력의 상징이고 사회적 계급 심벌이 되던 시대는 지났다. 맛있는 고기를 조금씩 즐기는 시대로 고기 문화가 전환되고 있다. 한돈, 한우산업계에서 대체육과의 위협의 경계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여러 번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 한돈, 한우산업이 대체육과 경쟁하기에 앞서서 닭고기의 강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한돈, 한우는 세계에서 가장 생산비가 비싼 육류다. 생산성이나 원가 경쟁력이 아니라 앞으로는 더 맛있는 고기를 생산한다면 한국 사람들만이 한돈, 한우의 고객이 아니라 전 세계인이 고객이 될 것이다. ‘또 김 박사가 멍청한 소리를 하는, 구제역 때문에 수출을 못 하지’ 왜? 꼭 수출을 나라 밖으로 내보내는 그것으로 생각할까?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삼겹살을 먹고 가면 그것도 수출이다. 한해에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1천7백만명이 넘는다. 그들이 평균 3일 이상은 한국에 머문다. 단 한 끼라도 외국 관광객이 삼겹살을 먹고 간다면 3,000톤 이상의 삼겹살 수출이 가능하다.

 

☞ 지금의 한돈, 한우 가격 하락은 단순히 공급 과잉으로 생겨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와 MZ 세대의 고기 소비문화 변화에 따른 장기적인 현상이다.

더욱 심각한 건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생산비의 상승으로 일부 로스구이용 부위 가격이 고가로 형성되면서 실질 소득 감소로 닭고기 등 가격이 낮은 육류의 빠른 소비 전환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우리가 염려해야 할 건 우리나라는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소비 구조가 2:1:1이라는 것이다. 이 구조가 이렇게 지속해서 삼겹살 가격이 높아지면 2:2:1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식육시장을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로 구분하던 시대에서 부위별 시장을 세분화해서 관찰하고 평가하는 시대가 되었는데, 우리나라 삼겹살 시장, 한우 투뿔등심 시장의 고가 행진에 큰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대책은 한돈 사육두수를 급격히 감소시키면 국내산 한돈 가격을 고가로 유지할 수 있다. 2세들이 경영에 참여해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지금 한돈 사육두수를 급격히 감소하라고 하니 답답한 소리 하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국내에서 돼지를 키우는 것보다 캐나다나 다른 나라에 가서 돼지 키우자. 어차피 30% 이상은 수입해야 하는데 한돈산업 내에서 수입 돼지고기까지 통제하는 편이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다. 한돈산업계에 해외 진출 방안 묘책은 다음 기회에, 하여간 지금의 대책은 사육두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소비방안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소비방안은 일본의 지산지소를 공부해야 할 것이다. 농장 브랜드의 시대가 한돈산업의 또 다른 탈출구이다. 한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돈 체험을 파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한돈 체험을 삶의 좋은 추억으로 만들어야 한돈산업이 무궁한 발전이 있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4월호 101~105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